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지금 트럼프가 타고 다니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Air Force One)’은 신형이 아니다. 조지 H.W. 부시 행정부 때인 1990년 취항한 30년 이상 사용한 노후화된 비행기다. 신형 에어포스원의 제작을 맡은 보잉은 신형 에어버스원 두 대를 인도하기까지 적어도 3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임기를 불과 1년 남긴 시점으로 잘못하면 트럼프는 두 번째 임기 내에 새 에어포스원을 타지 못할 수 있다.
이에 트럼프는 지난 14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을 방문, 과거 카타르 왕실이 소유했던 보잉 항공기에 탑승해 장비와 기술적 특징을 점검하며 보잉을 압박했다. 또한 에어포스원을 이른 시일 내에 인도받기 위해 에어포스원을 만드는 보잉 직원에 대한 보안 허가를 완화하는 등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 “에어포스원을 권력과 명예의 상징으로 여기는 트럼프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을 태웠던 것과 같은 노후한 비행기를 타고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것에 격노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보잉의 업무 속도를 높이기 위한 과감한 방안을 모색할 권한을 부여했다”며 “어떤 경우에는 달성할 수 없는 마감일을 정하는 머스크는 적어도 한 대의 에어포스원은 1년 안에 인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신설된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며 연방정부 구조조정에 나선 머스크에게 에어포스원 인수 지연 문제도 일임한 것으로, 머스크가 에어포스원 인도 일정 당기기에 나선 것이다.
보잉에 새 에어포스원을 주문한 것은 트럼프였다. 트럼프는 첫 임기였던 2018년, 보잉과 새로운 에어포스원 두 대를 도입하는 39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보잉이 ‘747-800’을 에어포스원으로 개조하는 작업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하늘의 백악관’으로 불리는 에어포스원 자체 방어 체제, 통신장비 등 각종 기능과 관련한 배선 작업에 배치할 직원들을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어포스원 설계와 구조는 특급 기밀로, 개조를 담당하는 직원은 최고 수준의 보안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결국 보잉은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에어포스원 한 대의 납기를 당초 계획한 2024년이 아닌 2027년으로 늦췄다. 다른 한 대는 2028년으로 연기했다. 트럼프 임기가 2029년 1월까지라는 것을 감안하면 트럼프는 두 번째 임기 안에 새 에어버스원에 탑승할 수 있다. 하지만 또다시 인도가 늦어질 것을 우려한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보잉 압박에 들어갔다. 트럼프와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켈리 오트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와 통화해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오트버그 CEO는 지난 1월 28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에어버스원을 더 빨리 원하기 때문에 우리는 머스크 팀과 협력해 인도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 ‘하늘의 백악관’ 제작 인력 보안 허가 기준 완화까지 검토
보잉은 부품 공급망 문제, 부품 가격 상승, 항공기 복잡성 등으로 인해 에어포스원 생산이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 최근 퇴임한 미 공군 고위 인사는 NYT에 “트럼프 1기에 내린 결정 자체가 인도 지연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머스크 역시 트럼프에게 “새로운 에어포스원 디자인이 불필요한 기능을 과도하게 담고 있어 생산 속도를 늦췄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머스크와 보잉은 에어포스원 제작 인력에 대한 보안 허가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에어포스원 제작 인력은 ‘양키 화이트(Yankee White)’라고 불리는 최고 등급의 보안 심사를 받아야 한다. 미국 대통령이나 부통령 곁을 지키는 군인이 받는 수준의 보안 심사다. 만약 보안 허가 기준을 낮추면 보잉이 제조 직원을 찾기 쉬워지고, 제조 공정이 빨라질 수 있다. 반대로 보잉 직원으로 가장한 스파이 등이 취업해 국가 안보 위험이 증가한다. NYT는 “안정성이 필요로 하지 않는 작업 분야에서 일하는 일부 직원에게 보안 허가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는 직접 보잉 압박에 나섰다. 팜비치 국제공항을 방문, 과거 카타르 왕실이 소유했던 보잉 747-8 항공기에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새로운 에어포스원을 약속한 시기에 맞춰 인도하지 못한 ‘실패한 프로젝트’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