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가 디지털 자산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면서 경쟁 금융 중심지인 홍콩을 앞질렀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싱가포르가 가상자산 기업 유치에 성공하며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반면, 홍콩은 느린 규제와 제한적인 정책으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3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올해 OKX, 업비트와 같은 주요 거래소를 비롯해 앵커리지, 비트고, GSR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에 13개의 가상자산 라이선스를 발급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블룸버그는 싱가포르의 디지털 자산 지원 환경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반면, 홍콩은 올해 총 7개 플랫폼에만 완전한 라이선스를 발급했으며 이 중 4개는 지난 18일 제한적인 조건으로 허가됐다. 추가로 7개 플랫폼이 임시 허가를 받았지만, OKK와 바이비트 같은 주요 거래소는 홍콩 라이선스 신청을 철회했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차이는 정책과 규제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싱가포르는 가상자산 규제 샌드박스와 토큰화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사업자와 기존 금융 기관 간의 협력을 장려하고 있지만, 홍콩은 기존 금융 기관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 인해 혁신의 폭이 제한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홍콩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유동성이 높은 가상자산 거래만 허용하며 알트코인과 같은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제한이 가상자산 기업들이 홍콩 대신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컨설팅 회사 TRM 랩스의 안젤라 앙(Angela Ang) 수석 정책 고문은 “홍콩의 거래소 규제는 고객 자산 보관, 토큰 상장 및 상장 폐지 정책 등 여러 측면에서 더 제한적”이라며 이러한 규제가 싱가포르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와 홍콩이 차이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중국의 영향력이다. 중국이 가상자산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가운데, 홍콩은 특별 행정구로서 중국과의 리스크가 상존한다. 이와 달리 싱가포르는 안정적인 디지털 자산 환경을 제공하며 기업들에 장기적으로 안전한 선택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