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대기오염이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사무실과 주택 내부 공기까지 오염되면서, 현지에서는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대기 오염으로 인해 하늘이 스모그로 뒤덮인 인도 델리에서 인도에서 한 남성이 천으로 얼굴을 가친 채 자전거를 타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15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도 정부가 겨울이 다가오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대기)오염 퇴치 노력이 효과가 없고 때로는 어리석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인도 공기는 추수를 마친 수도 인근 농민들이 남은 볏단을 대량으로 태우는 10월부터 나빠져 겨울철에 최악의 수준으로 변한다. 볏단을 태운 입자가 공기를 타고 수도 뉴델리로 이동해 차량, 발전소, 공장에서 나온 매연과 뒤섞이는데, 겨울철 낮은 온도로 공기 순환은 원활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인도 당국도 나름대로 일을 하고는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40개의 환풍기와 5000개의 필터 등이 설치된 공기정화타워가 준공됐고, 인도 여당인 보통사람당(AAP)은 이번 겨울을 앞두고 오염 ‘핫 스팟’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드론과 200대의 이동식 ‘안티스모그 건’을 배치했다. 물대포가 장착된 안티스모그 건은 대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가 물 입자와 부착돼 땅에 떨어지도록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는 역할을 한다.

당국의 노력에도 인도의 대기오염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환경 싱크탱크인 에너지 및 청정 공기 연구 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기준 인도의 주요 대기오염 지표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보다 100배 이상 높았다.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델리 주민들의 평균 수명은 약 8년 단축됐다고 WSJ는 전했다. 시카고대 에너지 정책 연구소에 따르면 2013~2021년 전 세계 대기오염 증가의 약 60%가 인도에서 비롯됐을 정도로, 인도는 전세계 대기오염원이 됐다.

지난 9월29일(현지 시각) 인도 서부 펀자브주의 암리차르에서 한 농부가 추수 후 생긴 볏짚 더미를 태우고 있다. / AFP=연합뉴스

델리의 대기질 전문가인 빔렌두는 당국의 대응에 대해 “심각한 상황에 대한 임시방편적인 해결책일 뿐, 효과가 없다”고 비판했다. 델리의 대기오염은 몇 주를 제외하고 1년 내내 발생하는 자동차 배기가스, 건설현장의 먼지, 석탄화력발전소의 오염물질 배출 등에서 비롯되는데, 당국의 정책은 이같은 대기오염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대기질 전문가인 빔렌두 자는“인도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긴박감, 정치적 의지, 절박함이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 당국이 대기오염 대응을 위해 지난 2021년부터 설치한 뉴델리의 공기정화타워의 일부 장치는 1년 이상 작동하지 않았고, 지난 2019년 정부가 1500대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한 실시간 대기질 모니터링 스테이션은 현재 200개 도시에서 약 550개만 설치된 상태다. 핀란드 에너지 및 청정 공기 연구센터(CREA)의 마노지 쿠마르 분석가는 “모니터링이 되지 않는 곳이 더 많다”면서 “대기오염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진 곳은 뉴델리 뿐”이라고 말했다.

인도 전역에서 강력한 미세먼지 배출 억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석탄 화력 발전소 폐쇄, 산업의 청정 연료 전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인프라 확대와 같은 장기적 억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수도 외곽의 산업 현장과 농장에서 발생하는 오염원을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WSJ는 “환경 전문가들은 한때 ‘스모그’의 대명사였던 베이징의 하늘을 맑게 했던 조치를 인도는 시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