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5년 만에 계엄령을 선포했으나, 6시간 만에 이를 철회한 계엄령 사건을 두고 한국 정치의 극심한 양극화가 초래한 정치적 위기라는 분석이 나왔다. 단순히 정치적 실수나 오판을 넘어선 한국 정치의 심각한 분열과 국민적 불만이 폭발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계엄군 차량 뒤로 군 헬기가 경내로 비행하고 있다. /뉴스1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과 반국가적 세력을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때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선포한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비상계엄은 총 12번 있었다. 가장 최근 선포된 비상계엄은 1979년이었다. 비상계엄 선포 후 수천 명의 시위대가 국회 앞에서 윤 대통령의 체포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고, 국회와 국민들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자, 윤 대통령은 6시간 만에 계엄을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 정치의 심각한 양극화와 사회적 불만이 극대화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NYT는 “그동안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과 여당, 야당 간의 갈등과 국민들의 불만이 계속 누적됐고, 결국 이번 사건을 통해 이러한 갈등이 폭발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계엄령 선포가 정치적 충돌을 더욱 심화시켰고, 그로 인해 여론과 정치권에서의 반발이 격화되어 철회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실수나 오판이 아닌 한국 정치의 분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NYT는 “윤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0.8%의 근소한 차이로 승리하며 한국의 대통령직에 올랐지만,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고 특히 야당인 민주당과의 갈등이 심해졌다”면서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며 강력한 대북 정책을 추진했지만, 이는 오히려 국내에서 야당과의 정치적 갈등을 부추기며 윤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위기에 처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엄령 사건이 단순히 정치적 대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NYT는 이번 사건은 국민적 불만이 더 이상 묵과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나타낸다고 했다. NYT는 “한국은 K팝, 영화, IT 강국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과 경제적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특히 치솟는 집값, 청년 실업 문제, 세대 간 갈등이 한국 정치의 주요 갈등 요소로 자리 잡았는데, 이런 사회적 불만은 정치적 양극화로 이어져 윤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반발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건이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NYT는 전망했다. NYT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한국 민주주의의 한계를 드러낸 사건으로, 앞으로 한국 정치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크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크고, 이번 사건의 정치적 여파는 길게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국 정치가 계속해서 극단적 대립의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의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