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이후 일주일 동안 지명한 ‘트럼프 2기’ 외교·안보 인사 중에는 군 장성 출신이 없다. 트럼프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마이클 왈츠 하원의원(플로리다)을 지명했고, 국무부 장관으로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을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트럼프는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뉴욕)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라는 중요한 직책에 임명했다. 국방부 장관에는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 출신인 방송인 피트 헤그세스, CIA 국장에는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지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시절인 2017년 4월 6일 백악관에서 폭스뉴스 진행자 피트 헤그세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트럼프는 12일 헤그세스를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 로이터

왈츠 하원의원은 미 육군 특수부대 ‘그린베레’ 출신으로 아프간·중동 등 전투 공로를 인정받아 ‘청동성장’을 네 번 받았다. 하지만 군 장성 출신은 아니다.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된 헤그세스는 육군 주방위군 출신으로 아프가니스탄, 쿠바 관타나모, 이라크에서 복무했고 재향군인 단체를 이끌었을 뿐, 그 역시 군 지도부 이력이나 국방 정책을 다룬 경험이 없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군과 국방 업계에서 대체 이 사람이 누구냐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깜짝 인사”라고 전할 정도다.

문제는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반하지 않는, 이른바 ‘충성파’를 중심으로 외교·안보 라인을 꾸리면서 본인과의 충돌은 피하는 선택을 한 것이 자신의 결정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위협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1기 당시 트럼프는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하고 북한과 핵무기 협상을 시도했다. 하지만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부 장관(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은 트럼프의 결정에 반대하는 편에 섰고, 결국 트럼프를 자제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트럼프 1기 당시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을 거론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 역시 매티스 전 장관 등이 해외 주둔 미군의 전략적 의미를 이해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하지만 트럼프는 트럼프 2기에 합류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충성심을 우선시했고, 이는 자신의 결정에 대한 도전을 없애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된 헤그세스는 2014년부터 폭스뉴스에 고정 출연해 트럼프의 정책을 대변하는 확성기 역할을 했다.

WP는 “트럼프는 첫 임기 때 해외에 배치된 군대를 철수하고 군대를 이용해 국내 소요 사태를 진압하려고 했으나, 민간 및 군 지도자들로부터 방해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트럼프는 국방부 인선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