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발표된 고용 지표로 미국의 경제가 불안정하다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증시 급락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주식 시장이 붕괴하고 있고, 고용 숫자는 끔찍하다”면서 “그런데 우리는 역사상 가장 무능한 지도자 두 명을 가지고 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번영이나 카멀라의 대공황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TRUMP CASH vs. KAMALA CRASH!)는 글도 올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기 침체에 대한 주제에 대해 최소 10번이나 글을 올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지난주 토요일 애틀랜타에서 열린 집회에서 “해리스가 이번 선거에서 이긴다면 카멀라 발(發) 경제 대공황이 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은 전 세계 증시가 폭락한 날이다. 일본 증시는 12% 급락하며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고, 한국과 대만 증시도 8%대 하락률을 보였다. 미국 증시는 2~3%대 하락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SNS 글은 경제 메시지와 경제 상태가 11월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보여준다”면서 “미국 유권자들은 그간 여론 조사에서 경제와 물가를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지목해 왔다”라고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에서 물러나면서 해리스 부통령이 지지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제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WSJ은 평가했다. 공화당의 여론조사원 마이카 로버츠는 WSJ에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소식이 해리스 캠페인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매체 더힐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이 이번 증시 급락을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 때문에 경기가 나빠졌고, 해리스 부통령도 책임이 있다는 메시지를 강화할 기회로 포착했다”고 평가했다.
경기 침체는 해리스 부통령이나 바이든 행정부에 정치적으로 불리하다. 유권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을 현 정부의 정책 실패로 돌리기 쉽고,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 해리스 부통령의 정책 신뢰도 역시 하락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여론 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WSJ의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를 잘 다룰 수 있다고 답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경제를 다루는 데 적합하다고 답한 사람은 40%에 불과했다.
WSJ은 “앞으로 몇 달 안에 더 광범위한 경제 침체가 나타난다면 이미 엎치락뒤치락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간의 대선 경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경제 자문가였던 마크 슈머린은 “경제가 침체하면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라고 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9월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9월 회의에서 금리를 어떻게 인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아직 경제 방향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9월 회의는 11월 선거 전 마지막 회의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CBS뉴스와 여론조사업체 유거브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유권자 31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전국 단위 지지율은 50%로 집계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9%로 오차범위(±2.1%) 내에서 밀렸다. 대선 승패를 좌우할 7개 경합주의 지지율은 50% 동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