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강도 높은 설전을 벌이고 있다. 머스크는 마두로를 ‘독재자’라 칭하며 선거 사기를 저질렀다고 비판했고, 마두로는 선거 개표 시스템 해킹 배후로 머스크를 지목했다.
1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나흘 동안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총 50회 이상 마두로에 대한 비방 글을 썼다. 머스크는 베네수엘라 대선 결과가 나온 지난달 28일에는 “독재자 마두로에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썼으며 다음날에는 “마두로가 대규모 선거 사기를 저질렀다”고 게시했다.
또한 머스크는 베네수엘라가 좌파 정치인들의 부패로 인해 경제가 붕괴한 실패한 국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지지한다면 미국도 베네수엘라 같은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NYT는 “머스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국가 원수들을 자주 비판했었지만, 라틴아메리카에서 좌파의 상징 중 하나인 마두로에 대한 갑작스러운 공격은 그 양과 공격성 때문에 눈에 띄었다”라고 분석했다.
이후 마두로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머스크를 비판하면서 둘의 맞대결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31일 마두로는 대통령궁에서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 선거 당국 개표 시스템에 해킹 시도가 있었으며 그 배후에는 머스크가 있다고 주장했다. AFP통신과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마두로는 별다른 증거 없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공격 배후에는 머스크의 지시가 있었다고 확신한다”면서 “28일 대선 개표 과정에서 발생한 선거관리위원회 해킹 시도와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마두로의 비난 이후 머스크는 스페인어로 “당나귀가 마두로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적으면서 “마두로와 비교해서 당나귀에게 미안하다. 이건 당나귀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주먹다짐을 벌이자고도 했다. 머스크는 “한판 붙자”면서 “내가 이기면 마두로는 사퇴해야 한다. 내가 지면 그를 화성에 공짜로 데려가겠다”고 했다. 마두로는 머스크에게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한 경기장으로 오라고 맞받아쳤다.
NYT는 머스크가 마두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는 이유는 재정적으로 손해를 볼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테슬라는 베네수엘라에 제조 공장이나 매장을 두고 있지 않으며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도 베네수엘라에 공식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한편, 베네수엘라 민주야권 측은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 발표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의 득표율 취합 자료를 온라인으로 공표했다.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전 국회의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통해 “전국 투표소 80% 이상에서 직접 받은 개표 결과지를 갖고 있다”면서 “개표 결과지 분석 결과 지난달 대선에서 야권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대통령 후보가 득표율 67%를 얻어 마두로 대통령(약 30%)을 앞질렀다”고 했다. 이는 지난달 28일 베네수엘라 선관위 발표(마두로 대통령이 51.2% 득표율로 당선)와는 상반되는 결과다.
마차도 전 의장은 베네수엘라 야권이 마두로의 부정 선거 가능성을 예상하고 대선 이전부터 개표 결과를 수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마차도 전 의장에 따르면 100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대선 집계가 끝난 밤 각자 할당된 개별 투표소로 이동해 결과표를 수거했다. 그는 “자원봉사자들이 집계 결과표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당국의 방해 공작이 있었다”면서 “이 모든 역경에도 불구하고 자원봉사자들이 밤새 목숨을 걸고 유권자들의 투표 결과가 담긴 용지를 얻어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