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30일(현지 시각) 오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해 헤즈볼라 고위급 지휘관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점령지인 골란고원에 있는 축구장이 폭격당한 지 3일 만에 이스라엘이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이번 사태의 뇌관이 된 골란고원과 그곳에 사는 드루즈족에 관심이 쏠린다.
골란고원은 시리아 남서쪽 끝에 위치한 약 1000㎢ 면적의 땅이다. 시리아는 물론 요르단과 레바논에 맞닿아 있다. 골란고원 정상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가 내려다보이는 전략적 요충지다. 골란고원이 시리아 땅이었을 때 시리아 군대는 정기적으로 골란고원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포격을 가했다. 블룸버그는 “골란고원은 지구상에서 가장 갈등이 일어나기 쉬운 곳 중 하나에 있는 높은 땅”이라고 설명했다.
골란고원의 약 3분의 2는 이스라엘이 통치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 등 아랍 국가와 싸워 시리아로부터 점령한 곳이다. 시리아는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당시 이 지역을 탈환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1981년에 골란고원을 자국 영토로 병합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시리아 영토로 본다.
시리아는 골란고원을 돌려받기 위해 1990년대부터 이스라엘과 평화 조약을 맺는 대가로 골란고원의 일부 또는 전부를 돌려받는 반환 협상을 주기적으로 벌였다. 하지만 해당 협상은 2011년 아랍의 봄 시위로 중단됐다. 또한 시리아 내전과 이스라엘의 강경한 입장 등으로 협상은 진전이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9년 3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골란고원을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한다는 포고문에 서명, 국제사회의 반발을 샀다.
이스라엘은 골란고원을 앙숙인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와 무장세력과 헤즈볼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완충지대로 활용한다.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의 주요 식수 공급원이기도 하다. 골란고원에 내린 빗물은 요르단강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이스라엘은 이곳에서 식수의 3분의 1을 공급받는다. 여기다 골란고원은 비옥하다. 이스라엘은 골란고원에서 와인 생산을 위한 포도를 재배한다.
골란고원에는 약 2만5000 명의 이스라엘 정착민과 2만3000여 명의 시리아계 드루즈족이 산다. 골란고원에 사는 드루즈족 중 이스라엘 시민권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전체의 약 20%에 불과하다. 드루즈족은 이슬람 시아파의 한 분파인 ‘드주즈’를 믿는 아랍계 소수민족이다. 드루즈족 전체는 100만 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이스라엘은 물론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등지에 거주한다. 드루즈족은 개종할 수 없고 다른 종교 집단과 결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드루즈족은 오스만 제국 프랑스 식민지 지배하의 반란을 포함해 외세의 지배에 저항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드루즈족 남성의 80% 이상은 이스라엘군에 입대해 국방의 의무를 다한다. 일부는 이스라엘군의 높은 계급으로 승진하기도 한다. 한편에선, 하마스에 동참해 전쟁에 참전한다.
골란고원이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뇌관으로 다시 주목받은 것은 지난 27일 골란고원 마즈달 샴스의 한 축구장에 로켓이 떨어져 어린이 등 12명이 숨지고 44명이 다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래 이스라엘 및 이스라엘이 합병한 영토에서 발생한 사상자 중 가장 큰 규모다. 이스라엘은 현장에서 이란제 팔라크-1 로켓 파편을 발견했다며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배후로 지목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해 헤즈볼라를 포함한 무장단체 전투원 4명을 살해한 후 이번 공격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즈볼라는 인근 지역을 공격했다면서도 축구장을 노린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헤즈볼라 관계자들은 이번 사고가 “이스라엘 측 방공망에서 발사된 로켓 요격 미사일이 축구장에 떨어진 것”이라고 유엔에 주장했다. AP통신은 “헤즈볼라가 공격을 부인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