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오는 11월 17일(이하 현지시각)까지 연방 정부 예산을 동결하는 내용이 담긴 45일짜리 임시예산안을 30일 처리했다. 같은 날 하원이 예산안을 가결한 데 이어 연방정부의 ‘셧다운’(연방 공무원 급여 지급 및 업무 일시 중단)을 3시간 남겨둔 시점이다.
AP통신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상원은 이날 오후 8시부터 본회의를 열고, 하원에서 가결된 임시예산안을 표결에 부쳤다. 1시간 가량 호명투표로 진행된 표결 결과, 찬성 88표, 반대 9표로 예산안이 통과됐다.
앞서 미 하원은 셧다운 시점을 9시간 앞둔 이날 오후 2시50분쯤 다수당인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제안한 임시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예산안은 찬성 335표, 반대 91표로 하원을 통과했다.
여기에는 공화당(221석)과 민주당(212석)의 의석 차이가 10석 미만인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 다수가 찬성표를 행사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과반 의석을 보유한 공화당은 그동안 예산 대폭 삭감을 요구하는 당내 강경파 20여명의 반대로 예산안 처리에 실패해왔다.
이런 가운데 매카시 의장은 ▲공화당 다수가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제외하되 ▲바이든 대통령이 요구한 재난 지원 예산 160억 달러 증액은 반영한 내용의 예산안을 제안해 가결을 이끌어냈다.
이날 상·하원을 모두 통과한 임시예산안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효력을 발휘한다. 이로써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는 일단 45일 뒤로 미뤄졌다. 다만 해당 기간 내에 2024회계연도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이후에도 셧다운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한편 이날 임시 예산안 하원 통과를 계기로 매카시의 의장직이 위태로워졌다고 AP는 분석했다. 예산안을 반대해 온 공화당 강경파가 민주당과 적극 협상한 매카시에 대한 불신임안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카시 의장은 이에 대해 “누군가 내가 이곳에서 어른스럽게 행한다는 이유로 나를 몰아내려 한다면 그렇게 한번 해 봐라”며 “그러나 나는 이 나라가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