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특수로 반도체 수요가 늘었지만, 그것 만으로는 업황을 반전시기키 힘들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AI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생산하는 엔비디아는 잘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메모리 부분이 반도체 생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AI만으로 반도체 경기 침체를 극복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지난주 발표된 세계 최대 파운드리(수탁 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 실적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TSMC는 지난 20일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4808억 대만달러(약 19조6000억 원), 순이익 1818억 대만달러(약 7조40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0%, 23.3% 감소한 수치다.
글로벌 반도체 다운사이클(침체기)을 맞아 2019년 1분기(1∼3월) 이후 4년 만에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이익이 줄었다. 다만 순이익 감소 폭은 기존 시장 예상치인 27%보다 작아 증권가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였던 1736억 대만달러를 상회했다. 불황으로 인한 스마트폰과 PC 수요 감소에도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의 영향으로 선방한 것으로 풀이된다.
TSMC 측은 실적 발표 당시 “최근 AI 관련 수요 증가를 관찰했지만, 우리 사업의 전반적인 주기성을 상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표의 여파로 TSMC 주가가 급락한 것은 물론 엔비디아를 비롯, 전세계 반도체 업체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세계 반도체 협회는 올 들어 5월까지 반도체 매출이 전년 대비 21% 하락했다고 밝혔다. AI 용 반도체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일반 반도체는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협회는 또 “가까운 시일 내에 반도체 업황이 반등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TSMC도 지난주 실적 발표 당시 올해 전망에서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올해 매출이 1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최근 AI용 반도체 특수로 엔비디아 등 관련 회사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반도체 산업 전반이 회복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반도체 부분이 침체에서 벗어나는 것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WSJ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