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미성년자 성착취범인 금융인 제프리 엡스타인의 피해자들에게 2억9000만 달러(약 3731억원)의 합의금을 지불한다. 법원이 양측의 합의를 승인하면 민사 성매매 사건 중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 시각) 엡스타인을 고발한 피해자들의 변호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엡스타인은 2002년∼2005년 미성년자 20여 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2019년 7월 체포된 후 같은 해 8월 수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엡스타인은 성매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징역 45년형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엡스타인은 2008년에도 최소 36명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유죄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감형 협상을 벌여 13개월만 복역했다.
엡스타인은 1998년경 JP모건과 거래를 시작했고, JP모건은 수억 달러가 입금된 수십 개의 엡스타인 계좌를 관리했다. 엡스타인은 2013년 JP모건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하지만 JP모건은 엡스타인이 성착취 혐의로 기소되고, 2008년 플로리다주 법원이 미성년자에게 성매매를 권유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한 이후에도 엡스타인 계좌를 운영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엡스타인이 JP모건에서 인출한 현금으로 피해자에게 돈을 지불했다며 JP모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은행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JP모건은 2013년, 엡스타인과의 거래를 중단하기 전까지 그의 범죄 행위를 몰랐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번 합의해도 불구하고 JP모건은 성착취 행위에 가담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WSJ은 지난 4월, JP모건이 엡스타인과 거래하지 않기로 한 이후에도 몇 년 동안 거래를 이어왔다고 보도했다. 여기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의 최측근인 메리 에르도스 JP모건 자산관리분야 CEO가 엡스타인의 맨해튼 자택을 2011년과 2013년에 방문했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JP모건에 대한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한편, 엡스타인이 JP모건과의 거래를 종료한 이후 거래한 도이체방크는 피해자들에게 7500만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도이체방크는 지난 2020년, 엡스타인의 범죄 행위에 거래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뉴욕 규제 당국에 1억5000만 달러(약 1935억원)의 벌금을 지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