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한 이후 찰스 왕세자가 찰스 3세로 왕위를 계승하면서 왕실 승계 순서에도 변화가 생겼다. 찰스 3세는 윌리엄 왕자를 후계자로 임명했으며 윌리엄의 자녀들이 승계 순위를 잇게 됐다.
10일(현지 시각) 찰스 3세는 즉위 기념 대국민 성명을 통해 “내 후계자로 윌리엄을 왕세자로 임명하게 돼 자랑스럽다. 윌리엄은 이제 왕세자이며 콘월 공작 웨일스공”이라고 말했다. ‘웨일스공’은 영국의 왕세자를 칭하는 말로 자신이 갖고 있던 호칭을 물려준 것이다. 부인 캐서린에게는 ‘웨일스공 부인’이라는 칭호가 내려졌는데, 이 작위는 찰스 3세의 전처인 다이애나빈 사망 이후 25년 만에 부여됐다.
찰스 3세는 1981년 다이애나와 결혼해 윌리엄 왕자와 해리 왕자를 낳았다. 왕위 승계 1순위이던 찰스 3세가 왕이 되면서 그의 장남 윌리엄 왕자가 왕세자가 되어 왕위 계승 서열 1위가 됐다. 그다음 승계 순위는 윌리엄의 큰아들 조지(9) 왕세손, 둘째 샬럿(7), 막내 루이(4) 왕손 순이다.
과거 영국왕실에서는 형제 중 남성의 승계 순위가 더 높았으나, 2011년 왕실이 이 규칙을 폐지하면서 나이가 더 많은 샬럿이 3위로 루이보다 앞서게 됐다. 윌리엄 왕세자의 장녀인 샬럿은 새 제도의 적용을 받은 첫 사례다.
찰스 3세의 둘째 아들인 해리왕자는 2022년 왕실로부터 전격 독립을 선언하고 할리우드 배우 출신 부인 메건 마클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그럼에도 해리왕자는 여전히 왕위 승계 서열 5위다. 해리 왕자의 첫째 아들 아치 해리슨 마운트배튼윈저, 둘째 딸 릴리벳 다이애나 마운트배튼윈저가 차례로 서열 6, 7위다. 윌리엄 왕세자는 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온 동생 해리 왕자를 추모객 맞이 행사에 초청하면서 화해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서거한 엘리자베스 여왕은 남편 필립공과의 사이에 찰스 3세 외에 앤 공주, 앤드루 왕자, 에드워드 왕자 등 자녀 4명을 뒀다. 그중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는 왕위 계승 서열 8위가 되지만, 2019년 성폭행 의혹으로 피소된 뒤 전하(His Royal Highness) 칭호를 박탈당하고 왕실 일원으로서의 모든 공무를 중단했다. 이 때문에 그가 왕위에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앤드루의 자녀와 손자들에 이어 에드워드가 승계 13위, 에드워드의 자녀와 손자들에 이어 앤이 승계 16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