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통신용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이 소프트웨어(SW)·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인 VM웨어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인수가액으로 600억달러(한화 76조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종가 기준으로 50% 수준의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으로, 협상이 타결될 경우 올해 IT업계 최대 규모의 ‘빅딜’이 될 전망이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양측의 인수·합병(M&A) 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오는 26일 브로드컴이 VM웨어 주식 1주당 140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아직 협의가 진행 중인 단계로 인수 가격엔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소식통들은 덧붙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얼바인에 위치한 브로드컴 본사. /로이터 연합뉴스

통신칩 분야 강자인 브로드컴은 2018년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사 CA 테크놀로지를 189억달러(약 23조 9000억원)에, 2019년엔 시만텍의 보안사업부를 107억달러(약 13조5300억원)에 각각 사들이며 적극적인 M&A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1300억달러(약 164조 3900억원)에 반도체 기업 퀄컴을 인수하는 거래를 추진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좌초된 바 있기도 하다. 퀄컴이 통신 기술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했을 때 국가안보상의 위협, 시장 독점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번 인수합병의 경우 통신용 반도체 기업과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기업의 합병이기 때문에 정부 반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브로드컴이 인수 대상으로 점찍은 VM웨어는 지난해 11월 델에서 분사한 업체로, 데이터센터용 소프트웨어 개발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주력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시가총액은 400억달러 규모(약 51조원)다. 이 업체도 브로드컴처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두고 있다. 투자업계는 브로드컴이 반도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데이터센터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이번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브로드컴이 VM웨어 인수에 나선 것을 데이터센터 시대를 맞아 업종간에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합종연횡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브로드컴의 경쟁사인 퀄컴 역시 올해 들어 통신 기술뿐 아니라 AI, 클라우드, 메타버스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 그동안 모바일 시장에만 집중돼 있던 통신 기술이 5G 시대를 맞아 AR, VR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도 큰 상황이다.

브로드컴이 VM웨어 인수에 나선 것도 퀄컴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에 성공할 경우 브로드컴은 통신 칩을 넘어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 진입할 전망”이라며 “반도체 설계 기업인 브로드컴이 클라우드, 엔터프라이즈 등 기업용 SW에 진출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업의 경계가 더 흐릿해지고 거대 IT 기업의 통합 솔루션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