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미국의 F-35 전투기를 포함한 230억 달러(약 27조원) 규모의 무기 구매협상을 중단했다. 미국이 중국에 화웨이 기술 사용을 중단을 요구하면서 미·중 갈등에 휘말릴 우려가 커지자 발을 뺀 것으로 해석된다. UAE는 미국의 중동지역 주요 동맹국으로, 미국과 불협화음을 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F-35 전투기.

해당 계약은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임기 말에 체결됐으며, UAE가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며 ‘아브라함 평화협정(Abraham Accord)’을 맺은 것에 대한 일종의 대가로 여겨졌다.

아브라함 협정은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 당시 미국의 중재로 지난해 9월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이 역사적으로 국교를 수립하기로 한 외교적 합의다.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가 공통의 조상으로 여기는 ‘아브라함’의 이름에서 따왔다.

14일(현지 시각)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에미리트 당국자는 “UAE가 미국에 f-35 구매 협상을 중단을 통보했다”며 “기술 요구 사항, 주권 보호의 원칙, 비용·이익 등의 분석에 따라 협상을 유예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UAE와 미국이 전투기 구매를 위한 상호 안보 조건에 맞는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 노력했다”며 “미국은 UAE의 첨단 안보를 위한 우선 공급자로 남아있을 것이며 F-35 협상은 미래에 재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UAE와의 미국 파트너십은 단일 무기 판매보다 더 전략적이고 복잡하다”며 “미국 군사장비 사용자가 지켜야하는 요건과 보호 조건은 보편적인 것으로 협상대상이 아니며 UAE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두 국가의 마찰을 두고 외신들은 중국과 거리를 두라는 미국의 요구가 UAE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협상의 구체적인 요구조건은 세간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 측이 이번 구매계약을 두고 자국의 최신 기술을 제3국에 공유하지 말라는 입장을 UAE에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그동안 UAE에 중국의 화웨이 텔레콤통신의 네트워크 사용을 중단하라고 거듭 촉구해왔다. 화웨이의 5세대(5G) 통신을 사용하면 민감한 정보가 중국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이와 관련해 미라 레스니크 국무부 부차관보는 지난주 CNN에 “F-35는 미 공군의 핵심으로 모든 파트너 국가들이 기술을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UAE는 이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 대비 효율성 측면에서 화웨이의 5G 기술의 대체 수단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정보 위협 유출도 과장됐다는 것이다. 또 지난달 미 정보당국이 지난달 UAE 수도 아부다비 항만에 중국이 군사시설을 설치한다는 정보를 파악해 공사를 중단시키며 두 국가 간 마찰이 불거지기도 했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설명이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최대 전략적 동맹국인 미국의 갈등 사이에서 자국이 신(新)냉전에 빠지게 될 것을 우려하며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

한편 이번 발표는 오는 15일 미국 국방부에서 열릴 미-UAE 간의 고위급 군사회담을 앞두고 나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WSJ는 UAE의 이번 발표가 협상력 강화를 위한 수단인지, 완전한 협상 중단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곧 열릴 군사회담과 관련해 “(군사회담은) 애초에 양국 간 광범한 국방협력에 관한 협의를 위한 것으로 F-35 계약과는 무관하다”면서도 “이번 기회에 무기 계약과 관련한 관심사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