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최연소 총리’이자 극우 포퓰리스트로 인기를 모으다 초대형 부패 스캔들에 휩싸여 사임한 제바스티안 쿠르츠(35) 오스트리아 총리의 후임자 알렉산더 샬렌베르크(52)가 반(反)이민 정책 등 전임자의 강경 보수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12일(현지 시각)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샬렌베르크 신임 총리는 전날 취임 연설에서 “베르너 코글러 부총리와 함께 우리 앞에 직면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나의 모든 능력을 동원하겠다”면서도 “재임 기간 동안 당연히 쿠르츠와 매우 가깝게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DPA는 앞서 총리직은 사임했지만 정계를 떠나지 않겠다고 선언한 쿠르츠의 입장을 샬렌베르크가 재확인한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샬렌베르크는 연설에서 아프가니스탄 등 이민자를 적극 제한할 계획이라며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등 쿠르츠의 기조를 되풀이했다.
2019년부터 외무장관을 맡아온 샬렌베르크는 쿠르츠의 측근으로도 꼽힌다. 후임 장관으로는 주프랑스 오스트리아대사를 지낸 미하엘 린하르트(63)가 지명됐다. 이날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이제 정부가 다시 일터로 돌아가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면서 국민에게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쿠르츠 전 총리는 지난 10일 사임 의사를 밝히고 샬렌베르크를 후임 총리로 추천했다. 검찰은 쿠르츠가 외무장관이던 2016년부터 총리직에 오른 이듬해인 2018년 사이 여론조사 요원들을 돈으로 매수해 오스트리아국민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여론조사를 조작한 뒤, 특정 신문사에 ‘가짜 여론조사’ 결과를 게재한 대가로 정부 광고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쿠르츠 총리가 이 모든 과정에서 재무부의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문제가 된 언론사를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현지 언론들은 쿠르츠 측과 유착 관계로 알려진 타블로이드 매체 ‘외스터라이히(österreich)’일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