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 문제를 둘러싼 미 의회의 충돌 속에 난처한 입장이 됐다. 여야가 줄다리기 끝에 오는 30일(현지 시각) 임시예산안을 표결에 부치기로 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과제인 2건의 인프라 법안과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 조정 문제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달 중순까지 정부의 부채 한도를 유예 또는 상향하지 않으면 사상 초유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 접종 규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 CNN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민주당 중도파 의원인 조 맨친·커스틴 시네마 상원의원을 만나 3조5000억 달러의 사회복지성 인프라 법안(사회복지 패키지)을 상원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협조해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이 법안은 교육·보육·의료 등 사회복지 분야의 인적 인프라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민주당 진보파는 바이든의 역점 사업이자 여야가 초당적으로 합의한 1조2000억 달러의 인프라법 외에 사회복지 패키지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인 공화당은 국가 부채와 세금 부담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사회복지 패키지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양분한 상원에서는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 처리가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예산 조정 절차를 동원하면 통상 법안 처리에 필요한 60표 대신 단순 과반 찬성으로 가결할 수 있지만, 맨친과 시네마 의원이 협조하지 않는 한 통과 가능성은 전혀 없다.

조 맨친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예산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초당적 인프라법 통과가 시급한 만큼 3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사회복지 패키지 규모를 하향 조정해 공화당과 협의를 시도해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 진보 성향 의원들의 반대가 워낙 거세 접점을 찾을지도 미지수다.

진보파는 30일로 연기된 초당적 인프라 법안 표결 시 사회 복지 패키지도 함께 부칠 경우에만 찬성하겠다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기존의 1조2000억 달러 법안만 먼저 처리하면 향후 사회복지 패키지 통과가 어려워질 거란 주장이다. 공화당은 물론 당 일각에서도 사회복지 패키지의 규모가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측의 이견이 커지면서 당초 27일 예정이던 표결은 사흘 뒤로 미뤄진 상태다.

미 CBS방송은 바이든이 이날 의회 상황이 악화되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당초 계획했던 시카고 방문 일정까지 취소하고 의원들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어 민주당 지도부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도 면담 일정을 잡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시네마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면담 이후에도 백악관의 고위 보좌관까지 보내 협조를 요청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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