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가운데 아프간에 매장된 최소 1조 달러(약 1천177조원) 규모 희토류 행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가 1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아프간을 점령한 탈레반의 손에 첨단 산업의 핵심 원자재인 희토류가 대량으로 쥐어진 셈이며 중국도 여기에 눈독을 들일 수 있다는 것.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8일(현지시간) 톈진에서 자국을 방문한 아프가니스탄 무장 조직 탈레반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왼쪽)와 면담하고 있다.

희토류는 17가지의 희소한 광물질을 지칭하는 용어다. 첨단 가전제품부터 군사용 장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사용돼 ‘산업용 금’으로도 불린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희토류 수입의 약 80%를 중국에 의존한다. 현재 아프간에는 지난해 기준 최소 1조~최대 3조 달러(약 3530조원) 상당의 희토류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신흥국 부채담당자인 샤말리아 칸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한 작후 중국이 신속하게 탈레반의 집권을 승인한 것도 희토류 같은 매장 자원이 이유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전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역시 “중국은 전후 (아프간의) 재건과 개발에 기여하고 안정성이 회복될 때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9월과 10월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순방 중 처음 언급했다. ‘일대(一帶)’는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실크로드, ‘일로(一路)’는 중국에서 동남아, 아프리카, 유럽으로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를 뜻한다. 일대일로 선상에 있는 60여개 연선국가의 인구는 약 44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63%, 경제 규모는 21조달러(약 2경4870조원)로 전 세계의 29%를 차지한다.

중국은 지난 2010년 일본과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때 중국은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금지하는 등 희토류를 ‘무기화’한 선례가 있다. 이로 인해 희토류 일본 수입 가격이 9배로 폭등, 일본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았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일대일로 인프라 개발 지원과 협력을 앞세워 아프가니스탄에 매장된 희토류 자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경우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서 철수를 진행 중인 미국을 향해 “무책임하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는 한편,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독립 운동을 억제하는 동시에 역내 영향력 확대까지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은 국경을 맞댄 아프간에서 탈레반이 득세할 경우, 신장 위구르 자치구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이 자극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과 싸우기보다 공존을 택하는 쪽이 더 이득이라고 판단한 모습이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지난 7월 28일 톈진에서 탈레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이끄는 탈레반 대표단을 만나 “미군 철수는 미국의 아프간 정책 실패를 상징한다. 이는 아프간 국민들이 자국을 안정시키고 발전시킬 중요한 기회”라며 “중국은 아프간의 최대 이웃으로 주권독립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며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레반도 중국과 척을 져서 좋을 건 없다. 바라다르는 왕 부장에 “탈레반은 평화를 위해 아프간 국민이 수용하는 정치구조를 구축할 것”이라며 “탈레반은 어떤 세력도 아프간 영토를 이용해 중국에 해를 끼치는 일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아프간 재건에 더 많이 참여해 경제 발전에 더 큰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며 “탈레반은 우호적인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