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가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위안화’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환심 사기에 나섰다.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위안화 지폐·동전의 디지털 버전이다. 중국 정부는 현재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의 영향력을 줄일 방안으로 디지털 화폐 출범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10월부터 광둥성 선전 등 일부 도시에서 디지털 위안화 결제 테스트를 하며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제일재경 보도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이달 5일 중국 상하이 매장 두 곳과 광둥성 광저우 매장 한 곳에서 디지털 위안화 결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상하이 시정부가 노동절 황금 연휴(5월 1~5일)에 난징루 쇼핑가를 중심으로 시행한 디지털 위안화 결제 테스트에 동참한 것이다. 유니클로는 조만간 중국 전역으로 디지털 위안화 결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유니클로는 “디지털 위안화에 대한 인식을 높일 캠페인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고객이 디지털 위안화의 편리함을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10월 광둥성 선전을 시작으로 장쑤성 쑤저우, 베이징, 쓰촨성 청두 등 일부 도시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위안화 사용 테스트를 했다. 올해 1월 선전에선 추첨에 당첨된 시민에게 디지털 위안화 200위안(약 3만4000원)을 나눠주고 지정 오프라인 상점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용하게 하는 식으로 두 번째 테스트를 진행했다.
중국 정부는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에 맞춰 디지털 위안화를 공식 출범시키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2014년부터 디지털 화폐 발행 연구에 착수했다. 국제적으론 미국과의 경쟁 속에 국제 결제 시스템에서 달러화 패권을 약화시키고 위안화 사용을 늘리려는 목적이 크다. 국내적으론 디지털 화폐 사용을 통해 정부가 결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자금 이동 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
외국 브랜드인 유니클로가 디지털 위안화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중국 당국의 핵심 정책에 보조를 맞추려는 의도가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유니클로의 가장 큰 해외 시장이다. 지난해 하반기엔 중국 내 매장 수가 처음으로 일본 매장 수를 앞질렀다. 올해 4월 말 기준 중국 내 유니클로 매장 수는 800개 이상이다.
유니클로는 중국에서 좋은 실적을 내왔지만, 최근 중국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소수민족의 강제 노역을 둘러싼 논란에 휘말려 중국에서 불매 표적이 되기도 했다. 유니클로를 비롯해 외국 의류 브랜드 H&M, 나이키, 아디다스 등은 신장 위구르족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면화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중국에서 불매 대상이 됐다. 일부 중국인은 유니클로의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이 과거 “인권 침해에 대해 무관용 정책을 갖고 있고 모든 형태의 강제 노동을 엄격히 금지한다”며 “중국 신장 위구르족 상황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제기한 보도를 잘 알고 있으며, 유니클로 제품은 신장 지역에서 제조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성명을 낸 것을 문제 삼았다.
중국에서 불매 대상으로 지목된 후에도 유니클로는 신장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이 없도록 면화 공급망을 모니터링하겠다고 강조했다.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은 지난달 8일 실적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그런 문제가 발견되면 공급업체와 계약을 즉각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유니클로는 한국에선 매장을 계속 줄이고 있다. 지난해에만 매장을 40개 이상 없앴다.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제한 조치로 2019년 7월 한국에서 불매 운동이 시작되고 코로나 타격까지 겹쳐 실적이 나빠진 여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