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트남을 향해 미국의 관세에 함께 대응하자고 촉구했다. 중화권 매체에서는 미국도 중국과 타협 의사가 없는 만큼, 중국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미국에 맞대응하는 노선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은 전날 하노이에서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팜 민 찐 총리 등을 만나 “중국과 베트남은 경제 세계화의 수혜자로, 전략적 의지(定力)를 높이고 일방적 괴롭힘 행위에 함께 반대해야 한다”며 “글로벌 자유무역 체제와 산업·공급망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은 지난 14일부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 일정을 소화 중이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 세계에 부과하고 있는 관세를 ‘일방적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중국에 총 145%의 관세를 물린 상황이다. 미국의 주요 타깃은 중국이지만, 베트남 역시 자유롭지 않다. 미국이 베트남에 부과한 상호관세는 46%다. 중국산 상품이 베트남을 통해 미국에 우회 수출되고 있고, 이를 통해 베트남이 무역 흑자를 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주변국과 우호적 관계를 다지고 있는데, 이번 순방 역시 이러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시진핑은 전날 회담에서 중국과 베트남의 운명공동체 건설을 위한 6대 조치를 제시했다. 6대 조치는 ▲고위급 소통 강화 등 전략적 상호신뢰 증진 ▲외교·국방·공안(경찰) 분야 장관급 ‘3+3’ 전략적 대화 및 국경 간 범죄 공동 대응 등 안보 협력 강화 ▲철도·도로·인공지능(AI) 등 산업 협력 확대 ▲인문 교류 ▲다자 협력 ▲더 긍정적인 남중국해 해상 교류 등이다.
시진핑이 베트남에 던진 메시지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은 앞으로도 미국과 타협보다는 반격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자의 반, 타의 반’이다. 홍콩 성도일보는 이날 미국이 중국과 대화할 의사가 없다고 보도했다. 이번 관세 전쟁이 시작되기 전, 중국이 추이톈카이 전 주미 중국대사를 조용히 미국에 보내 협상 기회를 모색했으나 대화가 성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체에 따르면, 미국은 표면적으로는 추이 전 대사의 급이 높지 않다는 점을 문제 삼았지만, 실제로는 애초에 중국과 대화를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극한의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에서 값을 높여 차이치(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공식 서열 5위)를 거명했다”고 했다. 다만 성도일보는 중국이 경제 사령탑인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를 보냈다 해도 합의는 어려웠을 것이며, 오히려 미국의 기세만 높였을 것이라고 봤다.
매체는 “트럼프 관세 전쟁의 본심은 관세에 있지 않다”며 “궁극적 목표는 미국의 유일무이한 경쟁 우위를 확정하고 중국의 산업 업그레이드 기회를 철저히 죽여 영원히 미국의 ‘저가 공장’이 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베트남 등 소국은 미국 시장에 고도로 의지하니 대항할 힘이 없고, 미국에 무릎을 꿇을 수 있다”며 “중국은 설령 투항한다 해도 도움이 안 되고 실패가 정해져 있다. 반드시 강하게 반격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