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과 무역 전쟁 전면전을 위해 대국민 결집에 나섰다. 관영 언론을 총동원해 미국 상호 관세의 불합리함과 강도 높은 보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 부진 속에서 미국과의 갈등은 국민들의 희생을 불러와 사회 불안으로 번질 수 있다. 여론 다독이기에 나선 것은 그만큼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7일자 1면에 ‘자신의 일에 집중하라’라는 제목의 논평을 게재하고 “미국의 관세 남발은 중국에 충격을 주겠지만, 하늘이 무너질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이 발표한 상호관세 계획에 따르면, 중국산 수입품에는 34% 관세가 추가된다. 지난 2개월간 부과된 20%까지 더하면 트럼프 2기 들어서만 60%에 가까운 관세가 추가되는 셈이다. 이에 중국은 지난 4일 미국산 수입품 전체에 34% 보복 관세를 물리는 동시에 자원 수출통제와 기업 제재까지 착수했다.
특히 이번 관세 조치로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미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체는 “중국 전체 수출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9.2%에서 지난해 14.7%로 감소했다”며 “대미(對美) 수출 감소는 전체 경제에 판을 뒤흔들만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미국 제품 중 상당수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많은 소비재에서 중국과 분리될 수 없고, 많은 투자상품과 중간재도 중국에서 수입해야 한다”며 “단기간에 국제 시장에서 대체 공급원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관세 전쟁에서 버틸 체력이 충분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매체는 “올해 첫 두 달 동안 투자와 소비 등 내수가 예상보다 양호하게 성장했고, 수출은 초기 어려움을 이겨냈으며, 제조업과 서비스업 구매자관리지수(PMI)도 지속적으로 반등해 1분기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한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우리는 8년간 미국과 무역 전쟁을 벌여왔고, 그 과정에서 풍부한 경험을 축적했다”며 “앞으로 상황과 필요에 따라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와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통화 정책 도구는 충분한 조정의 여지를 남겨두고 언제든 도입할 수 있고, 재정 정책은 지출 강도를 높이고 진행을 가속할 여지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 상호 관세에 신속하고 강도 높은 보복에 나선 것은 쉽게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이전 중국의 미국 관세 대응과 비교하면, 이번 반격의 타이밍과 강도는 2018년 무역전쟁 이후 가장 빠르고 강력하다”며 “중국은 분명히 대비돼 있고, 경제 및 무역 분야에서 미국과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을 불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공급망을 분리하고, 미국이 제멋대로 취하도록 두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역시 “중국이 미국과 협상보다는 강경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양국 무역 전쟁이 전면전에 돌입하자 중국 지도부가 관영 언론을 동원해 국민 결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위드 코로나(봉쇄 정책 폐쇄)’ 원년인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5%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지만, 국민 주머니는 여전히 팍팍한 상황이다. 중국 가계 자산의 70%를 차지하는 부동산이 침체한 영향이 크다. 여기에 지난해 최대 성장동력이었던 수출까지 고꾸라지게 되면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미국과 갈등이 봉합되기 전까지 국민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사회 불안이 커지지 않도록 미리 여론을 단속하는 것이다.
실제 인민일보뿐만 아니라 다른 매체들도 일제히 미국 상호 관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고 중국 대응 방침에 힘을 싣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전날 “중국의 대응 조치는 합리적이고 합법적”이라며 “중국은 무역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관영 중국중앙TV(CCTV) 역시 전날 미국의 상호관세 때문에 미국에 크게 의존하던 베트남 의류 산업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고 전하며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둔) 나이키, 룰루레몬 등 브랜드는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여론전은 적어도 온라인상에서만큼은 효과를 내고 있다. 인민일보 평론 기사에서는 “중국의 기업 환경이 개선되면서 더 많은 투자가 들어오고 있다”는 댓글이 1000개 가까운 공감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댓글이 “미국의 압력에 맞서 우리는 더욱 단결할 것이며, 세계에 결단력을 입증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미국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도 읽힌다. 한 네티즌은 “두렵지 않다, 우리에게는 리닝과 안타가 있다”고 했다. 리닝과 안타는 중국 토종 스포츠웨어 브랜드로, 궈차오(國潮·애국소비) 열풍의 최대 수혜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