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트린 상호관세에 중화권 증시가 크게 내려앉으며 낙폭 기록을 일제히 갈아치웠다. 미국이 아직 더 물릴 관세가 남아있는 만큼, 바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단 중국이 관세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다면, 시장은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7일 홍콩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홍콩 대표 지수인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3.74% 급락한 1만9710.26에 장을 마쳤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0월 27일(-12.70%) 이후 16년 5개월 만의 가장 큰 일일 낙폭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대부분의 항셍지수 종목이 하락했다”며 “중국 본토와 별도의 관세 동맹을 유지하는 자유 항구인 홍콩은 미국이 중국 수출품에 부과한 관세 대상에 포함됐다”라고 했다.
중국 본토와 대만 증시 역시 급락을 면치 못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3096.58로 마감했다. 이는 전 거래일보다 7.34% 떨어진 것으로, 2020년 3월 2일(-7.72%) 이후 최대 낙폭이다. 선전종합지수 역시 9.66% 급락했다. 2000년대 들어 9%대 낙폭을 기록한 때는 2007년 2월 27일(-9.29%)이 마지막이었다. 대만 대표 주가 지수인 자취안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9.70% 하락한 1만9232.35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8월 5일(1만9830.88, -8.5%) 이후 약 8개월 만에 2만선 아래로 내려왔다. 대만 증시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와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폭스콘은 각각 -9.98%, -9.77%씩 떨어져 일일 등락 한도(±10%)를 거의 다 채웠다.
중화권 증시는 미국 상호관세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은 전 국가에 기본 10%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오는 9일부터 국가별로 차등화된 개별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총 34%, 대만은 총 32%의 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특히 중국은 지난 2, 3월 10%씩 두 번에 걸쳐 받은 관세까지 적용하면 총 54% 관세를 물게 됐다. 이에 중국은 미국에 대해 즉각 같은 수준인 34% 관세 보복에 나선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은 관세 피해를 상쇄하기 위해 모든 부양책을 앞당기는 것을 논의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경제 참사가 일어날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만은 당장 32% 고율 관세를 물게 된 점도 문제지만, 반도체 관세가 추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반도체를 비롯한 목재, 구리, 의약품 등에 대해서는 25%의 품목별 관세를 조만간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단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미국에 대해 맞대응에 나서지 않고, 미국과 ‘0% 관세’를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예정된 관세를 연기 없이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중화권 증시 대탈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는 6일 “중국과의 무역적자만 1조 달러에 달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전까지 협상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콩 리서치 기관 알레테이아 캐피탈의 빈센트 찬 중국 전력가는 “지난 90년간의 글로벌 무역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어 경제적 영향을 예측하고 시장 바닥이 어디인지 말하기 어려워졌다”라고 했다.
단 중국이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경우 주식 시장이 반등할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홍콩 금융서비스 기업 KGI아시아의 케니 웬 아시아 투자 전략 책임자는 “개인 투자자들은 이번주 후반 시장에 뛰어들어 이번 하락을 매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