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뤄보콰이파오(蘿卜快跑·바이두의 완전 무인 로보택시, 영어명 아폴로 고)가 여기서 더 크게 발전하긴 어려울 거라고 봐요. 수많은 인민들의 생활 기반이 바로 이 택시에 달려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 택시 덕에 밥을 먹고 살죠. 당신 같은 외국인이 잠깐씩 체험하는 관광상품 정도까진 가능하겠지만, 택시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 겁니다.”(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택시기사 리모씨)
중국 통신·자동차 기업들이 ‘자율주행 대중화’를 외치며 기술 개발과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인간 운전자를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중국 정보통신(IT) 기업 바이두의 뤄보콰이파오와 택시업계 간 ‘밥그릇 논쟁’만 봐도 전국 확대 단계로 나아가기엔 시장 수용도가 아직 떨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기술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은 데다, 높은 비용 문제와 법적 근거가 미비한 상황도 해결해야 한다. 이 난관을 중국이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된다.
◇ 자율주행 상용화, 시장 수용은 아직… 택시업계 “일자리 뺏긴다” 반발
지난달 26~27일, 중국 중부 후베이성 우한시. 서울(약 600㎢)의 5배 면적인 3000㎢(약 9억평)의 자율주행 시범구를 보유해 중국 최대 자율주행 도시로 꼽히는 곳이다. 바이두는 우한시에서만 400대가 넘는 뤄보콰이파오를 운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만난 택시 기사들은 “뤄보콰이파오를 자주 본다”면서 하나같이 우려 또는 불만 등 쓴소리들을 쏟아냈다.
택시업계는 뤄보콰이파오의 ‘생태계 파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우한 택시기사 왕모씨는 “디디(중국 차량공유 서비스)와 뤄보콰이파오의 기본요금은 각각 13위안(약 2600원), 15위안(약 3000원)으로 디디가 더 저렴하다”며 “하지만 뤄보콰이파오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요금을 50% 이상 깎아주고 있어 경쟁이 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실제 기자가 뤄보콰이파오를 탑승해 보니 거리에 따라 적게는 60%대, 많게는 70%대까지 할인을 받았다.
뤄보콰이파오 때문에 당장 승객이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일자리 자체가 위협받는다는 것이 택시업계의 불만이다. 뤄보콰이파오와 같은 로보택시는 이론상 운영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고, 차량을 정확히 제어해 에너지 소비 효율도 높일 수 있다. 게다가 로보택시는 휴식도 필요 없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로보택시 운영 비용이 1㎞당 1달러(약 1500원)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최근 중국은 경기 침체로 인해 택시 이용률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일부 도시 중소 택시회사의 경우 수십대씩 운행이 중단됐다는 현지 매체 기사도 나온다. 이 와중에 로보택시의 확대는 이들에게 가장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우한 택시기사 다이모씨는 “지금이야 뤄보콰이파오가 수백대밖에 없지만, 앞으로 더 많아지면 우리들 일자리도 분명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 규제 완화를 저지하려는 배경이다.
◇ ‘교통체증 주범’ 로보택시… 기술 안정성 떨어지고 제도도 미비
중국 통신·자동차 기업들은 ‘자율주행 대중화 시대’가 머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기술 측면에서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 현지 반응이다. 우한 택시기사들은 “출퇴근 시간에는 뤄보콰이파오를 타지 말라”고 말한다. 택시기사 왕씨는 “가끔가다 보면 뤄보콰이파오가 길 한가운데에서 아예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다”라며 “안전 거리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듯한데, 이들 때문에 교통 체증이 생긴다”라고 했다.
또다른 택시기사 리씨는 “사람이 운전하면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신호를 뤄보콰이파오는 속도도 느리고 지나치게 보수적이라 통과하지 않는다”며 “답답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했다. 택시기사 천모씨는 “비가 많이 올때는 타기 쉽지 않다고 들었다”라고 했는데, 실제 자율주행 감지 센서는 악천후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자율주행 산업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바이두가 기존 모델보다 단가가 50% 이상 저렴한 뤄보콰이파오 6세대 개발에 성공하긴 했지만, 아직 손익분기점은 넘지 못했다. 바이두는 물론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인 비야디(BYD), 최대 통신 기업 화웨이 등이 당장은 투자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이익이 수반되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렵다. 중국 펑파이 신문은 “자율주행 분야 기업가들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R&D 투자가 엄청난 규모로 필요해 단기 수익성을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라고 했다.
규제를 비롯한 법제도 측면에서도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율주행 보급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규정 부분이 대표적이다. 베이징은 긴급 상황 외엔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3’ 이상 자율주행 차량이 도로 주행에 나설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베이징 자율주행차 조례’를 지난 1일부터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 조례 역시 사고 조사, 처리 과정에만 접근하는 데 그쳤다. 멍신 베이징 쥔쩌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중국은 레벨3 연착률을 위한 선례를 세우는 데 앞장서고는 있지만, 사고의 책임 분담에 대해서는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