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중 무역의 균형을 잡고 제조업 일자리를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해 첫 임기 동안 중국에 관세를 부과했고,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유지했다. 이후 중국 제조업체는 미국을 대체할 시장을 찾아 나섰고, 일부는 관세를 피하고자 다른 나라에서 생산을 시작했다. 여기다 트럼프 2기 들어 트럼프는 중국 관세를 인상하고 나섰다. 이는 중국 수출업체가 또다시 미국에서 들어오던 주문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로, 전 세계에 중국 상품이 홍수를 이루고 이로 인해 인도네시아와 같은 등 개발도상국 일자리는 이미 타격을 입고 있다.
인도네시아 섬유 및 원사 생산자 협회에 따르면 동남아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 섬유 및 의류 산업 일자리는 지난 2년 동안 약 25만 개의 사라졌다. 2025년에는 50만 개가 위험에 처해있다고 추정된다. 몇 년 사이 섬유 및 의류 산업 일자리 25%가 사라진 것으로, 1999~2011년까지 미국 일자리 240만 개를 앗아간 ‘차이나 쇼크’보다 속도가 빠르다. 고든 핸슨 하버드 케네디 스쿨 도시 정책 교수는 2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이것은 차이나 쇼크 2.0 또는 차이나 쇼크 3.0”이라며 “중국은 엄청난 제조 능력을 갖추고 있고, 상품은 어딘가로 가야 한다”고 짚었다.
이를 보여주듯 인도네시아 자바섬 수라카트라 인근에 있던 의류용 섬유 공장 수십 개가 문을 닫았다. 30년 이상 공장에서 근무했던 하리얀토는 블룸버그에 “중국에서 수입한 값싼 수입품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이 공장 직원 1500명은 휴직했고, 직원들은 회사에 임금과 퇴직금 지급을 위한 법적 싸움을 벌이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1기 이후 중국의 미국 수입 점유율은 많이 감소했지만, 세계 수출 점유율은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2017년 이후 신흥국이 중국산 제품 구매를 크게 늘리면서 제조품 무역 흑자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중 상당 부분은 중국산 휴대전화, 의류, 가전제품과 같은 완제품이다. 하지만 미국으로 수출하던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쓰던 부품, 재료 수입도 급증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부과한 관세가 글로벌 공급망 변화를 촉발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각국 정부는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태국은 전기제품, 의류, 기타 중국 상품 급증에 대응한 대책을 내놓았다. 태국은 지난해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테무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50달러 미만의 수입품에 7%의 부가가치세를 매겼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저가 상품에 10% 판매세를 부과했다. 인도는 중국산 태양 전지, 알류미늄, 휴대전화 부품 등에 반덤핑 조사를 포함한 다양한 조치를 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테무가 사업 및 세무 등록 서류 미비를 이유로 베트남에서 운영을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국가가 중국산 수입품을 전면 차단하는 정책을 내놓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들 국가에 중국은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자 발전소, 고속철도 기타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투자금을 내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동남아는 무역 장벽을 세우는 대신 중국산 수입품으로 문제를 겪고 있는 생산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편다. 일례로 인도네시아 정부는 의류 부문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중국을 비판하기를 꺼린다. 중국이 인도네시아 전체 무역의 25%를 차지하고 있고, 중국은 인도네시아가 고속철도를 건설하도록 도왔기 때문이다. 힌리히 재단의 무역 정책 책임자인 데보라 엘름스는 “항구를 지어주는 국가가 신발을 판다고 불평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