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중국 경제는 항상 비바람과 시련 속에서 성장했고, 시험을 겪으며 강대해졌습니다. 우리는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해 충분한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러우친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 대변인)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이하 정협))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격 속에서 4일 막을 올렸다. 이날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 일부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기업들을 제재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동시에 중국 경제가 견조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미중 무역 갈등의 여파로 올해는 중국이 5%대 성장률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이 어떤 수단을 통해 이 난관을 헤쳐갈지 주목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했다./AFP 연합뉴스

◇ 美 관세 폭격 속 양회 개막… 中, 반격 나서면서도 ‘수위 조절’

이날 중국 국무부 관세세칙위원회는 오는 10일부터 미국산 닭고기·밀·옥수수·면화 등 29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15% 높이고, 옥수수·대두·돼지고기·쇠고기·수산물·과일·채소·유제품 등 711개 품목에 대한 관세는 10%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도 미국 방산 기업 10곳과 15곳을 각각 ‘신뢰할 수 없는 기업’, 이중용도 물자(민간·군사용으로 동시에 쓰이는 물자) 수출 통제 대상에 올렸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대해 누적 20%의 관세 인상을 이날부터 시행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국무원과 상무부가 해당 조치를 발표할 때,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는 이날 시작되는 정협 준비와 오는 5일 개막하는 전인대의 사전 기자회견이 한창이었다. 러우 대변인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 방침에 대해 “미국 측이 중국 측과 서로 협력하고 평등한 협상을 통해 문제 해결 방안을 찾기를 바란다”며 “국정 상황이 다른 두 대국인 만큼 중미 간에는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존중하고 문제를 적절히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대화’를 외치면서도 뒤로는 반격에 나선 만큼 말과 행동이 달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모두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표밭이자 미국 내 대표적 농산물 생산지인 아이오와·오하이오·인디애나 등을 위협하기 위해 옥수수와 대두 등 농산물을 이번 보복 대상에 포함했지만, 미국(20%) 대비 낮은 15%의 관세만 부과했다. 미국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희귀 광물 수출도 통제하지 않은 데다, 이날 제재 목록에 오른 기업들 중 상당수는 이미 ‘대만 무기 판매’ 등을 이유로 중국서 손발이 묶인 상태인 곳들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반적으로 중국의 대응책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며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 않으면서도, 트럼프에게 핵심 광물 공급을 방해하고 미국 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조절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양회가 열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AP 연합뉴스

◇ “성장 모멘텀 전환 중”… AI 지원해 무역 갈등 여파 상쇄할 듯

중국이 아무리 미국에 대한 반격 수위를 낮췄다 해도, 미중 무역 전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는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경제를 주저앉힐 수 있는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은 오는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5% 안팎’ 수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벌써부터 세계은행(WB)은 중국이 올해 4.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등 공격적 목표 설정이라는 의견이 거론되고 있다.

중국도 올해 성장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날 러우 대변인은 “현재 외부 환경의 부정적 영향이 심화했고, 경제 운영이 여전히 많은 어려움과 과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외부를 보면, 세계 경제·정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외부 수요를 안정화하는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내부의 경우 국내 수요가 부족해 일부 기업은 생산 및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양회의 경우 중국 경제의 긍정적인 면만 부각하는 일명 ‘광명(光明)론’으로 일관했던 것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그럼에도 중국 경제의 기초 체력은 여전히 견고하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러우 대변인은 “중국 경제 기초가 안정적이고 장점이 많으며, 탄력성이 강하고 잠재력이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전인대와 상무위원회가 당 중앙위원회의 결정과 안배를 집행하고, 입법과 감독 등을 통해 고품질 발전과 고수준의 개방을 촉진하기 위한 법적 보장을 제공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에 이번 양회 기간 중국 지도부가 어떤 경기 부양책을 통해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를 잠재우고 성장을 약속할지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첨단기술을 앞세운 민영 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나올 것으로 본다. 실제 러우 대변인은 “중국은 성장 모멘텀이 전환되는 중요한 시기에 있다”며 “새로운 모멘텀의 성장은 새로운 공간을 확장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더 많은 가능성을 추가했다”며 양회 기간 중 공개하겠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