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식 시장이 평균적으로 호황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부분의 국가가 통화정책을 완화했고, 인공지능(AI) 붐으로 기술주가 상승한 영향이다. 하지만 한국의 코스피 수익률은 바닥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전문 CNBC방송은 23일(현지 시각)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 대만 자취안지수는 28.85% 상승해 아시아태평양 11개 주요 주가지수 중 가장 많이 올랐다고 보도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16.63% 오르면서 그 뒤를 따랐다. 이 외에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스지수(15.78%),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15.65%), 중국 CSI 300 지수(14.64%) 등이 10% 이상 상승했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7.86포인트(1.57%) 상승한 2,442.01로, 코스닥 지수는 10.93포인트(1.64%) 상승한 679.24로 장을 마쳤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 뉴스1

아시아 지역 국가가 세계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인플레이션을 줄이는 데 성공했고, 통화정책 완화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투자관리회사 인베스코의 아시아 최고투자책임자인 마이크 시아오는 CNBC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제 통화정책 완화 주기에 들어갔기에 아시아 국가는 2025년에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통화정책이 완화하면 주식은 상승한다.

여기다 기술주 상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식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대만 TSMC는 올해만 82.12% 급등했고, 애플의 주요 공급업체인 폭스콘 주가 역시 77.51% 상승했다. 내년에도 AI 기반 휴대전화, PC, 기타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술주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술주 상승이 대만 주식시장에는 도움을 줬으나,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 코스피는 올해 8.03% 하락했다. 아시아태평양 11개 주요 주가지수 가운데 올해 하락한 것은 말레이시아 자카르타종합지수(-2.42%)와 코스피뿐이다.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하는 아시아태평양 주가지수 87개 중에서도 코스피의 올해 성적은 76위다. 87위는 코스닥이 차지했다. 코스닥은 올해 21.62% 급락했다.

CNBC는 “기술주가 대만 주식시장을 끌어올리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한국은 구하지 못했다”며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주요 주가지수 가운데 연말에 마이너스로 마감한 유일한 시장”이라고 했다. 이스트스프링 자산운용의 폴 김은 “미국·중국이 수출 주도형인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정보기술(IT) 하드웨어와 자동차 등 주요 수출업체들이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