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을 대표하는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은 2022년부터 이어온 해고 정책을 올해도 이어가고 있으며, 1월에만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미국 경제가 성장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이처럼 빅테크 기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간 이유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3일(현지 시각) “기업들이 순이익을 개선하려는 투자자의 압력을 받고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해고 관련 분석회사인 레이오프.fji에 따르면 지난해 빅테크 기업은 26만명 이상의 직원을 감원했다. 빅테크 기업이 내세운 정리해고 이유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이뤄진 ‘과잉 채용’과 고금리로 인해 사업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해 9월부터 금리를 동결했고, 미국 고용 시장은 활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일자리는 전월 대비 35만300개 증가하면서 전문가 예상치(18만개)의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월(48만2000개) 이후 1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빅테크 기업은 올해도 인력을 정리 중이다. 구글, 아마존, MS, 세일즈포스, 이베이는 1월에 해고를 단행했다. 페이팔은 지난달 30일, 전체 직원의 9%에 해당하는 2500명을 해고할 것이라 발표했다.
WP는 “순이익을 개선하라는 투자자들의 압력에 기업들은 지속해서 인력을 줄이고 있다”며 “2022년 월스트리트가 기술주를 매각하자, 빅테크 기업은 수만 명의 직원 중 일부를 해고하는 대신 투자자를 다시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다수의 빅테크 기업 경영진은 직원 해고 후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지난 수년간 눈에 띄는 매출 성장률을 볼 수 없었던 빅테크 기업 경영진은 지속해서 고임금 근로자를 줄이면서 투자자의 관심을 받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무디스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는 “수익성을 추구하고 부를 창출하기 위해 무자비해지는 것이 미국 자본주의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2022년 기술 기업 위주의 나스닥 종합지수 가치는 3분의 1 사라졌다. 반면 빅테크 기업이 대규모 해고를 한 이후인 2023년 나스닥은 43% 성장했고 올해 1월에는 3% 더 올랐다.
빅테크 기업 주가는 회복했지만, 미국 기술 산업의 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많은 기술 근로자들이 안정적인 고용, 스톡옵션 기회를 대가로 열정을 다했던 분위기는 빛을 잃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구글과 메타는 무료 세탁, 무료 마사지, 음식 및 피트니스 제공과 같은 직원 복지를 줄였다. 지난주 익명을 기반으로 한 직장인 소셜미디어(SNS) 블라인드에는 “대량 해고 이후 기술 산업이 영원히 변한 것 같다”는 글이 올라왔다.
더군다가 인공지능(AI) 개발이 속도를 붙이면서 기술 근로자의 처우는 더욱 열악해질 전망이다. 프로그래머 다수는 AI를 사용하면 코딩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다고 본다. 몇몇 경영진은 AI로 인해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기업은 더 많은 돈을 벌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 주장하지만, 기술직 근로자와 경제학자의 생각은 다르다. 무디스의 잔디 분석가는 “AI가 도입되면 기술 부문에서는 많은 사람이 없어도 많은 것을 생산하고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WP는 “한때 화려하고, 높은 급여를 받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탐냈던 기술직은 최근 몇년 사이 안전하지 않고 매력적이지 않은 직업으로 바뀌었다”며 “이제 기술직 근로자는 저임금 일자리를 찾거나 수평 이동을 하거나 대체 일자리를 찾으려고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