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의 중국 옌청 2공장이 이르면 내년 3월 양산을 시작한다. 중국 내 탄탄한 배터리 생태계 기반에 1공장 노하우까지 더해진 만큼 양산 첫 해 흑자 전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금은 현대·기아차에 공급하는 물량 생산에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원가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옌청 공장의 목표다.
SK온의 이동후 관리담당과 김준국 경영관리 PL은 지난달 25일 중국 장쑤성 옌청시 팅후구에 있는 SK온 옌청 2공장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통해 “지난달 첫 번째 라인에서 시제품 생산이 시작됐다”며 “이 시제품이 고객 인정을 받게 되면 내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SOP(양산)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총 12개 라인이 2주 간격으로 양산에 돌입한다.
SK온의 중국 내 첫 번째 독자 공장인 이곳의 생산 규모는 연간 33기가와트시(GWh)로, 고성능 전기차를 매년 45만대가량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총투자 규모는 25억3000만달러(약 3조4000억원)에 달한다. SK온은 중국 내에서 옌청 1공장(27GWh)을 비롯해 창저우(7GWh), 후이저우(10GWh)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창저우 공장은 베이징자동차와, 옌청 1공장·후이저우 공장은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EVE에너지와 합작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2공장 운영 법인인 ‘SK온 옌청(SKOY)’은 내년 양산 시작과 동시에 흑자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담당은 “상반기 (양산이) 예정대로 시작된다면 (연말까지) 여유가 있는 만큼 하반기에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가동률과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이 얼마나 빠르게 올라오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미 2공장은 완전 가동에 필요한 약 2300명의 직원 중 1000여명의 고용을 마치고 1공장내 실습 등 집중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공장에 대한 자신감의 배경은 중국 내 탄탄한 배터리 제조 환경에서 나온다. 이 담당은 “기존 1공장에서도 수율 문제가 전혀 없었다”며 “구체적 숫자를 밝힐 순 없지만, 가장 높은 수준의 수율을 보이고 있어 2공장 직원들이 1공장만큼만 해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PL은 “높은 수율의 비결은 중국 내 완성돼 있는 배터리 공급망”이라며 “원부자재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배터리 산업과 접촉하는 인력 규모도 그만큼 크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구조조정 국면에 돌입하면서 SK온 옌청 공장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은 현대·기아차에 생산량의 대부분을 납품하고 있지만, 향후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하는 전초기지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100개가 넘는 업체가 난립하는 가운데 소비 부진까지 겹치면서 ‘치킨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익 악화를 견뎌내지 못한 기업들이 속속 쓰러지는 중이다. 중국 정부도 전기차 시장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향후 재편된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수주를 따내려면 원가 경쟁력 확보가 급선무라는 것이 SK온의 판단이다. SK온 등 한국 배터리 업계가 주로 생산하는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는 중국 전기차 업계가 주로 사용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보다 기술 수준이 높은 만큼 단가도 비싸다. 이 담당은 “경험에 비춰보면 중국 시장 내 저희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상당히 높다”며 “삼원계 배터리는 중국이 갖추고 싶어 하는 하이엔드 기술”이라고 말했다. 김 PL은 “원부자재를 직접 조달하는 중국 CATL처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되, 높은 기술력을 유지하며 균형을 맞추는 것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