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관리들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대표들과 만나 회의를 가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1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EU와 OPEC 간 회의는 2015년 이후 처음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OPEC은 러시아 제재로 최악의 원유공급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견해를 EU측에 전달했다. 또 러시아산 원유는 대체 불가능할 것이라며 추가 증산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연설문에서 모하마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은 “현재와 미래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산 원유공급이 일평균 700만배럴 이상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수요 전망을 감안하면 이런 규모의 손실을 대체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U 측은 OPEC이 치솟는 유가를 떨어 뜨리는 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생산을 늘릴 것을 촉구했다고 로이터가 익명을 요구한 EU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OPEC이 원유시장의 균형을 잡을 책임이 있다는 것.
OPEC은 미국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지속적 추가증산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에 강한 제재를 가해 지난달 유가는 14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바르킨도 총장은 그러나 현재 원유시장의 높은 변동성에 대해 “펀더멘털하지 않은 변수들”에 따른 결과이며 OPEC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는 입장이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포함된 산유국 카르텔인 OPEC+는 다음달 일평균 생산량을 43만2000톤 추가 생산하기로 했는데 4월 증산분과 비교해 늘어난 규모는 3만톤 정도에 불과하다. EU는 아직 러시아산 원유를 제재 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주 EU 27개 회원국들은 러시아산 석탄을 제재대상에 포함하기로 합의하면서 러시아 에너지를 처음으로 제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일부 EU 고위 관리들은 원유가 다음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유럽에 비해 러시아 공급에 의존도가 덜한 미국, 호주, 캐나다는 이미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했다. 이 같은 금수조치를 놓고 EU 내부에서 의견차가 상당하다. 각국 마다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천차만별이고 금수조치로 가뜩이나 높은 물가를 떠 끌어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