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지난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중국 주식·채권 시장에서 외국 투자금이 대거 빠져나갔다. 중국·러시아 유착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에 더해, 중국 내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주요 도시 봉쇄와 기업 생산 활동 중단,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폐지 가능성 등 요인이 맞물려 중국 금융시장에서 자금 유출이 거셌다.

이달 들어 24일까지 외국인은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교차 매매)과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교차 매매)을 통해 중국 본토(상하이·선전) 증시에서 95억 달러(약 11조6000억 원)를 뺐다. 2014년 중국 본토와 홍콩 간 교차 매매 제도가 도입된 후, 월간 자금 유출 규모가 두 번째로 컸다. 중국 증시에서 가장 많은 돈이 빠져나갔을 때는 전 세계 코로나 대유행이 본격화한 2020년 3월이다. 당시 외국 투자자들은 중국 본토 주식 106억 달러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이달 14~15일 이틀간 중국 국내외에서 중국 주식 패닉 셀링(공포에 파는 것)이 일어났다. 주가 폭락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자, 중국 정부는 16일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하겠다는 긴급 메시지를 냈다. 중국 정부의 전격 개입에 16~17일 이틀간 중국 증시로 자금이 유입됐으나, 그후 다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중국 중앙국채등기결산공사(CCDC)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의 중국 위안화 채권 보유 규모는 2월 한 달간 670억 위안(약 12조8400억 원) 감소했다. 3월엔 보유량이 더 줄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외국인의 중국 주식 보유액은 6185억 달러, 중국 채권 보유액은 6418억 달러 규모였다.

국제금융협회(IIF)는 24일 보고서에서 “중국 주식·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 규모와 강도가 전례 없이 크다”며 “러시아 전쟁을 계기로 외국 투자자들이 중국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했다. 중국이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비난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이 사전에 러시아의 침공 계획을 알았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중국 입장을 둘러싼 혼란이 크다. 중국이 서방의 러시아 경제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며, 중국 기업도 제재 불똥을 맞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외국인 자금 유출이 계속될 경우, 위안화 초강세 현상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으로의 자금 유입과 중국 수출 증가(무역 흑자)로 최근 몇 달간 위안화 가치는 가파르게 올랐다. 25일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6.3585위안으로 상승했다(위안화 환율은 하락). 맥쿼리캐피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과 러시아 전쟁 등으로 인한 자금 유출 압력이 커지면서 연말로 가면서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6.5~6.6위안으로 약간 낮아질 것(위안화 환율은 상승)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