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물가가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은퇴를 미루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고 CNBC가 전미은퇴연구소(NRI)의 최근 조사를 인용해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함께 장을 보는 노부부의 모습. /트위터 캡처

NRI 조사에서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1955~1964년생)와 X세대(1965~1976년생)의 13%가 “퇴직 시기를 미뤘거나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CNBC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인생의 주요 단계와 이벤트를 연기하는 흐름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7.9%를 기록했다. 40년 만의 최고치다. 식료품 에너지 주택 등 필수 분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NRI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앞으로 12개월 동안 생활비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재무컨설팅 기업 관계자는 CNBC에 “은퇴 시기가 임박했거나 이미 고정된 수입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인플레이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물가가 오르면 보통 자신들의 예산을 재평가하고 비용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움직임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주식시장이 침체된 점도 미국인들의 은퇴 시기를 늦추는 요인으로 꼽혔다. 이른바 ‘시퀀스 리스크(Sequence of Returns Risk)’ 때문이다.

시퀀스 리스크는 은퇴를 위한 투자금의 연간 수익률이 변하면서 운용 성과가 크게 달라지는 위험을 뜻한다. 은퇴가 임박한 주식 투자자들로서는 변동성이 극심한 시장 상황에서 쉽사리 일을 그만둘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