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과 나이키가 미국 홈트레이닝업체 펠로톤의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일 아마존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펠로톤 입찰에 대한 개별 평가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FT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아마존과 나이키가 최근 펠로톤의 주가 하락을 기회로 보고 내부 조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다만 두 회사 모두 펠로톤 측과 직접적인 대화를 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펠로톤은 현재 주주 행동주의 투자자인 블랙웰스 캐피탈에 회사 매각 압박을 받고 있다. 한때 코로나19 최대 수혜 기업으로서 인기를 끌었지만 지난해부터 각종 안전사고와 그에 따른 리콜 등 악재가 겹치면서 주가가 미끄러진 탓이다. 여기에 일상생활 복귀에 따른 수요 감소와 경영진의 대규모 주식 매각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1년 전 500억달러(약 60조원)에 달했던 펠로톤의 시가총액은 지난주 80억달러(약 9조6000억원) 미만으로까지 쪼그라들었다. 4일 기준 펠로톤 주가는 24.6달러로 공모가(29달러)에도 못 미친다.

펠로톤은 지난해 12월부터 고급형 제품인 ‘바이크 플러스’도 생산하지 않고 있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는 지난달 20일 내부 문건을 입수해 펠로톤이 이달부터 3월까지 바이크 플러스 외 다른 제품들의 생산도 중단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존 폴리 펠로톤 최고경영자(CEO)는 CNBC의 보도 내용을 부인하면서도 “전사적으로 비용을 최적화하기 위해 ‘적당한 규모’의 생산 등 중요한 시정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펠로톤 제품에 연결된 모니터로 트레이너 영상을 보며 운동하는 모습. /펠로톤

이러한 실적 부진에도 아마존과 나이키가 펠로톤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두 회사가 펠로톤이 보유한 수백만명의 회원을 확보해 피트니스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WSJ는 아마존의 경우 펠로톤의 공급망 문제를 해결한 뒤 자사 유료 회원제 서비스인 ‘프라임’에 펠로톤을 추가할 수 있다고 짚었다. FT는 아마존이 2020년 출시한 피트니스 밴드 ‘할로’에 펠로톤 기술을 응용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펠로톤 인수 성공시 나이키는 하드웨어 부문 강화에 더해 과거의 실수도 만회하게 된다. FT에 따르면, 나이키는 지난 2019년 펠로톤으로부터 인수 제의를 받고 거절했다. 그해 9월 나스닥에 상장한 펠로톤은 이듬해 434% 상승하며 ‘나스닥 100 지수’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월가 대형 투자은행들도 펠로톤을 ‘여전히 매력적인 기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JP모건은 지난달 5일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펠로톤은) 장기적 관점에서 여러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사업 확장을 통해 추가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CNN비즈니스가 지난 4일 31명의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절반 이상이 펠로톤 매수를 추천했다.

이에 일각에선 애플의 참전에 대한 기대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애플은 2014년 아이폰과 애플워치에 건강 앱을 연결한 이래 줄곧 피트니스 부문을 확장 중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6일 보고서에서 “애플이 (이번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충격적일 것”이라며 “펠로톤 인수는 애플에 중요한 ‘전략적 쿠데타’가 될 것이다. 이는 향후 몇 년 동안 회사의 공격적인 건강 및 피트니스 이니셔티브를 촉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