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가격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본격적인 겨울철 추위가 시작되고, 북반구에 최저 영하 40도를 밑도는 ‘북극 한파’가 몰아치고 있어서다. 한파로 난방 수요가 급등하면 천연가스와 석유 소비가 크게 늘어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을 압박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27일(이하 현지시각) 캐나다 CBC 방송에 따르면 북극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엄습한 브리티시 컬럼비아주(州)에서는 이번 주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졌다. 캐나다 환경부의 케네스 챈 기상학자는 “최저기온 기록이 깨질 전망”이라며 “이번 주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를 강타한 추위는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파는 미국 서부 지역도 강타했다. AP통신은 이날 캐나다에서 내려온 한파가 오리건과 캘리포니아 북부, 네바다 등 태평양 연안 북서부 지역을 덮쳤다고 보도했다. 전날 시애틀의 최저기온은 영하 6.7도로 1948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워싱턴주 북서부의 빌링햄도 영하 12.8도까지 떨어져 1971년 최저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폭설이 쏟아진 오리건주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번 주말까지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중국 헤이룽장성은 시베리아에서 내려온 냉기의 영향으로 지난 24일 기온이 영하 48도까지 떨어졌다. 이튿날에는 베이징과 상하이, 항저우 등 중국 남부 지역까지 영하권을 기록했다. 라니냐 현상으로 시베리아 고기압이 강하게 확장한 탓이다. 중국 기상국은 이번 한파로 중국 영토의 약 80%가 얼어붙을 것이라며 대부분 지역에 한파주의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인접 국가인 한국과 일본도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권에 들어 지난 주말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쳤다. 지난 25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5.5도를 기록했고, 사흘 뒤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旭川)의 온도는 영하 14도까지 떨어졌다. 특히 도쿄도 이례적으로 영하 2.2도를 기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토쿄의 12월 최저기온이 영하 2도 아래로 떨어진 건 45년 만이라고 전했다.
에너지 가격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7일 미 천연가스 선물은 100만BTU(열량단위)당 4.060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24일 종가인 100만BTU당 3.731달러보다 8.8% 오른 가격으로, 지난달 26일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는 이번 주 미국의 하루 평균 천연가스 수요가 1100억 세제곱피트에서 1267억 세제곱피트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유가도 오름세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8% 상승한 76.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거래일 연속 상승한 것으로 올해 2월 당시 8거래일 연속 상승한 이후 최장 기록이다. WSJ는 에너지 수요가 많은 동북아 3국과 북미 지역의 한파로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내년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