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난민 문제로 폴란드와 대치하고 있는 벨라루스가 유럽연합(EU)을 향해 “추가 제재 시 천연가스 공급을 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난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열린 내각회의에서 “우리는 가스 공급을 통해 유럽을 도와주고 있는데도 그들은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가스를 끊으면 어떨 것 같은가, 그러니 나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등 다른 생각없는 사람들에게 ‘말하기 전에 생각할 것’을 권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자주와 독립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도 멈춰선 안된다.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는 (EU의) 제재에 맞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EU가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 범위를 확대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 만에 나왔다. EU는 앞서 지난 6월 루카셴코 대통령이 반(反)체제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자국 영공을 지나던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키자 이를 맹비난하며 벨라루스에 경제 제재를 가한 바 있다.
EU는 유럽 사회에 혼란을 주려는 러시아의 기획 아래 벨라루스가 중동 출신 난민 2000여명을 폴란드 국경으로 내몰고 있다고 보고 있다. 벨라루스가 국영 여행사를 통해 자국 내 난민들에게 EU행 ‘망명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다. 폴란드는 이에 난민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병력을 국경 지역에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벨라루스를 거쳐 폴란드와 독일로 가는 야말-유럽 수송관의 밸브를 잠그겠다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천연가스 가격은 더 폭등할 수 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공급 부족으로 올 들어 4배 넘게 뛴 상태다. FT에 따르면, EU가 소비하는 가스의 40%는 러시아에서 생산되며 지난해 기준 이 중 20% 가량이 벨라루스를 경유했다.
벨라루스의 동맹국인 러시아는 그동안 EU가 이민자들을 받아들이지 않아 인도주의적 재앙을 부추겼다고 비난해왔다. 지난 이틀 동안에는 핵무기 장착이 가능한 폭격기를 벨라루스 상공에 보내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대행과 전화통화를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한 EU 국가들과 벨라루스의 접촉 재개를 지지한다”며 “조속한 해결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