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2024년까지 회사를 항공·헬스케어·에너지 3개 분야로 분할한다. 사업구조를 단순화해 부채를 줄이고 실적과 주가를 회복하기 위해 마지막 결단을 내린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로써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고 전했다.

2018년 6월 26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제너럴일렉트릭(GE)의 로고가 걸려있다. /AP 연합뉴스

GE는 9일(현지 시각) 항공 부문을 제외한 헬스케어와 에너지 관련 사업부를 단계적으로 분사해 회사를 3개 기업으로 분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사업 부문을 떼어낸 이후에는 항공 사업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로렌스 컬프 현(現) GE 최고경영자(CEO)는 항공 사업만 담당하며 CEO직을 수행하게 된다.

GE헬스케어는 2023년 초까지 분사해 정밀의료사업에 집중하는 상장기업으로 키울 방침이다. 존속 법인인 항공 부문이 지분 19.9%를 가져간다. GE리뉴어블에너지, GE파워, GE디지털은 2024년까지 에너지 부문 기업으로 통합한다.

컬프 CEO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3개 기업을 설립함으로써 운영에 있어 더 높은 집중도와 전략적 유연성, 자본 활용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GE의 이번 분할 결정을 “2018년부터 이어져온 전사적인 구조조정 행보의 절정”이라고 평했다.

미국의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

GE는 1892년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세운 전기소비기구 사업을 모태로 가전제품, 의료기기, 항공기, 자동차 엔진, 원자연료, 원자력 발전 설비 등 전기로 만들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 손을 대며 세계 최대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1932년 일찍이 금융업에 진출해 자회사로 GE캐피탈을 두는 등 문어발식 확장 전략을 기반으로 사세를 키웠으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회복 불능의 손실을 입고 2018년부터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소방수로 투입된 컬프 CEO는 취임 직후 2023년까지 부채총계를 950억달러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다방면으로 회사 몸집을 줄여왔다. 그러나 에너지 등 주요 사업부가 계속해서 영업손실을 내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실제 2008년 1800억달러가 넘었던 GE의 매출액은 지난해 796억달러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주가도 2009년 이후 연평균 2%씩 하락해 S&P 500대 지수가 같은 기간 연평균 9%씩 상승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GE의 기업 분할 소식에 증시는 급등했다. 발표가 나온 뒤 개장 전 거래에서 17%까지 뛰었다가 개장 후 상승폭을 6%대로 줄였다.

웰스파고의 조셉 오데아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로 일회성 비용은 발생하겠지만, 분할된 3개 회사는 민첩한 사업 운영으로 이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