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CATL(寧德時代 닝더스다이) 주가가 미국 테슬라로부터 전기차 80만 대에 들어갈 분량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수주했다는 소식에 급등했다. 테슬라는 지난달 20일 앞으로 모든 차종의 기본형(스탠더드 레인지) 모델에 LFP 배터리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값이 더 저렴한 LFP 배터리 사용을 늘리겠다고 밝힌 것이다. LFP 배터리는 중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CATL은 중국 LFP 배터리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CATL(종목 코드 300750)은 1일 선전증권거래소에서 1.69% 오른 650.00위안으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678.68위안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 CATL 시가총액은 1조4900억 위안으로 치솟았다. 현재 CATL 시총은 중국 본토 상장사 중 구이저우마오타이(종목 코드 600519, 시총 2조2900억 위안)에 이어 2위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도 CATL 주가는 5% 이상 오르며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중국 CICC는 최근 CATL 목표 주가를 800위안까지 올렸다.
최근 중국 테크 매체 36Kr은 테슬라가 CATL에 45기가와트시(Gwh) 용량의 배터리를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 기본형 모델 차량 80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규모다. 테슬라가 올해 1~9월 전 세계에서 판매한 차량(63만 대)보다 많은 차량에 넣을 수 있는 규모이기도 하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달 20일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모든 기본형 모델의 배터리를 LFP 배터리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 판매할 기본형 모델로 LFP 배터리 사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테슬라는 현재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3 세단 스탠더드 모델과 모델Y SUV 스탠더드 모델에 LFP 배터리를 쓰고 있다. 테슬라는 중국 제조 차량을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유럽에서 판매 중이다. 9월부턴 테슬라의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델3에도 LFP 배터리를 넣고 있다. 테슬라가 전기차 가격을 올리지 않고도 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비용이 적게 드는 LFP 배터리로 전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터리는 전기차 제조 원가의 40~50%를 차지한다. 전기차 가격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면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 한다. 리튬·코발트·니켈·망간 등 원료가 배터리 생산 비용의 60%를 차지하는데, 최근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이들 원료 가격은 수요 급증으로 급등한 상태다. LFP 배터리는 철을 사용하기 때문에 생산 비용이 더 저렴하다. 전기차 제조사들이 LFP 배터리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지난달 27일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도 2024년부터 소형·준중형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쓰겠다고 밝혔다.
과거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 짧다는 단점이 있었다. 에너지 밀도가 낮으면 이 배터리로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가 짧아진다. CATL은 셀투팩(cell to pack) 기술을 개발해 LFP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였다. 배터리는 보통 ‘셀->모듈->팩’ 3단계 공정으로 만들어진다. CATL은 이 중 배터리 셀을 모듈로 묶는 중간 단계를 없애고 셀을 바로 팩에 넣는 셀투팩 방식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에너지 탑재 용량을 늘려 에너지 밀도 부족 문제를 보완했다. 현재 중국 회사들이 세계 LFP 배터리의 약 95%를 생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