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하원이 오는 30일(이하 현지시각)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를 막기 위한 임시예산안을 표결에 부친다. 그동안 부채 상한 유예법 및 1조2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법 관련 공방 속에 정부의 2021회계연도 종료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자 내년 12월3일까지 정부 예산을 임시 지원하는 안을 처리키로 한 것이다.
29일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밤 정부 셧다운을 피하기 위한 단기 정부자금 지원 법안 표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상원은 이튿날인 30일 오전 임시예산안을 표결에 부친다. 상원이 예산안을 가결하면 곧바로 하원이 해당 법안에 대한 투표를 진행한다.
앞서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국가 부채 한도를 내년 12월까지 유예하는 내용이 담긴 임시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국가 부채가 법정 한도를 초과해 10월 중 한도를 유예 또는 상향 조정하지 않으면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인 공화당은 조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이 ‘퍼주기식 정책’으로 국고를 탕진했다며 정부의 부채 한도 유예안에 반대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50석씩 양분한 상원에선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 처리가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예산 조정 절차를 동원하면 통상 법안 처리에 필요한 60표 대신 단순 과반 찬성으로 가결할 수 있지만, 조 맨친 상원의원 등 민주당 내 중도파가 반발하고 있어 우회 전술을 쓰기도 마땅치 않다.
결국 공화당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새로운 임시예산안에는 부채 한도 유예안이 삭제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대신 오는 12월3일까지 정부에 자금을 지원하고,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재정착 및 재난 구호를 위한 긴급 자금을 제공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재 상원은 구체적인 법안 내용을 수정하고 있다. 수정된 예산안은 상·하원을 무난히 통과해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받을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망했다.
한편 연방정부는 지난 2019년 여야가 합의한 부채 상한 설정 유보조항의 효력이 지난 7월 말 종료된 이후 추가로 채권을 발행하지 못하고 남은 현금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 의회 지도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현재 28조4000억 달러에 달하는 정부 부채의 한도(22조 달러)를 내달 18일 전까지 늘리거나 적용을 유예하지 않으면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