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주의 한 발도르프 학교 교사가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다른 교사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해 전 세계 성형수술 시장 규모가 862억달러(약 98조6000억원)에 달했으며 2028년까지 연평균 10%씩 성장할 것이라는 통계가 나왔다고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가 1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 원격 근무가 급증한 반면 온라인 협업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인지한 직장인들이 성형외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무실 출근 등 외부활동이 제한을 받은 2020년에 미국 피부과의 60%가 “코로나 이전보다 시술 상담이 크게 늘었다”고 답했다. 유럽의 맹주 독일의 경우 의료기관들이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면서 전반적인 시술 수요는 감소했지만, 안면 보톡스와 필러 등 안면 성형시술은 3.4% 증가했다.

dw는 줌(zoom)이나 구글 듀오 등의 플랫폼을 통한 원격 업무 방식의 급증이 성형 업계의 수요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거울을 보는 것 외에 자신의 사진을 각종 앱으로 편집해 이상적인 이미지만 접한 반면 원격 근무 플랫폼에서는 편집 없이 있는 그대로의 얼굴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도시인 본 소재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대니엘 새틀러는 이러한 현상이 일명 ‘줌 붐'(Zoom Boom)으로 불린다고 말했다. 그는 “화이트칼라 노동자들 대부분이 화상 회의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카메라 앞에서 자기 얼굴을 적나라하게 바라보게 됐다”며 “업무상 줌 콘퍼런스를 사용하는 건 사실상 8시간 동안 거울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미국의 한 미용피부과 전문의 단체가 지난달 발간한 학술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모에 불만족을 호소하는 환자가 크게 늘었으며 이들 중 86%가 “화상 회의 때문”이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학술지는 “몇 시간동안 모니터로 본인의 얼굴을 보면서 다른 사람 눈에 자신이 어떻게 비치는지를 깨닫고 안면 성형을 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독일 미관성형외과협회 회장인 슈테판 한트슈타인 박사는 dw에 “사무실 근무를 하던 코로나 이전에는 자신의 얼굴을 계속해서 볼 일이 거의 없었다”면서 “원격 근무방식이 확대되면서 사진 편집 앱이나 보정이 가능한 필터를 거치지 않고 타인의 눈으로 본인을 마주한 사람들이 절개를 최소화한 소규모 안면 시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계속 찾아온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주름을 제거하거나 턱선을 정리하는 보톡스, 입술 확대 필러, 볼과 목에 처진 살을 올리는 리프팅 시술, 이중턱을 제거하는 치료의 수요가 골고루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재택 근무가 가능하고 마스크를 의무착용한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회복기간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 여기에 외출 제한으로 외식이나 여행 등에 소비하지 못한 현금을 미용 시술에 사용하는 경우도 늘어났다고 dw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