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14일 “하루이틀 사이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와 관련해 한·미 간 화상 회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국가스공사(036460)가 숨죽이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통상 협상을 위해 알래스카 LNG 사업을 시작으로 조선, 무역적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극지방인 알래스카에서 진행되는 LNG 사업은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아 정부가 알래스카 LNG 사업 투자나 개발에 나선다고 결정하면 민간기업이 아닌 한국가스공사 중심으로 사업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15일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LNG 사업 투자든 LNG 구매든 알래스카 LNG 사업이 단독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통상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논의되는 상황이고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내려온 이야기는 없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한 권한대행과 28분간 전화 통화를 한 직후 자신이 만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을 방문한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도 “알래스카 LNG와 조선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충분히 협의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부 가스전에서 남부 니키스키 지역까지 LNG를 운송·수출하는 사업이다. 약 1300㎞에 달하는 가스관과 액화플랜트 등 설비 구축이 필요하고 총사업비만 약 440억달러(약 62조6700억 원)로 추정된다. 한국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참여할 경우 인프라 사업 참여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높은 개발 비용과 미국 정권 교체에 따른 LNG 정책 변동성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미 글로벌 석유·가스 기업인 엑손모빌, BP 등은 2016년 사업성이 부족하다며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 의사를 거뒀다.
만약 정부가 알래스카 LNG 사업 투자에 나설 경우 한국가스공사가 주축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알래스카의 기후 환경을 고려하면 알래스카 LNG 사업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민간 사업자가 나설 가능성은 작기 때문이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민간 기업에 사업 참여를 강요할 수는 없고 관세와 무역적자의 지렛대로 한국가스공사에 역할을 맡겨 한국·일본·대만 회사들이 합작으로 사업을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가스공사의 재무 구조는 알래스카 LNG 사업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가스공사의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14조 원으로 전년보다 1조 원 늘었다. 총부채는 약 46조 8000억 원으로 부채 비율은 400% 이상이다.
정부가 알래스카 LNG 사업 투자를 확정할지는 미지수다. 사업성이 확실하지 않고 4년 뒤 미국 정권이 바뀌면 알래스카 LNG 사업이 계속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알래스카 LNG 사업에 참여하기보다 알래스카 LNG를 구매해 LNG 수입원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유아름 경제안보외교센터 전문관은 지난 11일 ‘글로벌 LNG 동향과 미국의 LNG 정책’을 주제로 정리한 경제안보 분석 보고서에서 “LNG 수입원이 호주·미국 등으로 일부 분산됐지만 중동산 비중이 36%로 높아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