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우주로 날아가는 로켓의 엔진에서는 연료가 연소하면서 엄청난 열과 압력이 발생한다. 일반 금속이라면 온도가 높아질수록 강도가 떨어지고 모양도 변형된다. 글로벌 우주·항공시장에서는 로켓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열을 버틸 수 있는 금속을 구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스페이스X에 로켓 엔진 소재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세아베스틸지주(세아)가 내년부터 미국의 우주·항공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
2일 세아와 우주·항공업계에 따르면 세아는 텍사스주 템플시에 위치한 미국 생산법인 세아슈퍼알로이테크놀로지(SST) 공장을 내년 1분기 중 본격 가동한다.
세아는 텍사스주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재지이자 스페이스X, 록히드 마틴, 보잉 등이 밀집한 우주항공 산업의 허브인 것을 고려해 공장 설립을 계획했다. 공장 설립에 투입된 자금은 1억1000만달러(약 1500억원)다. 현재는 공장의 외관 공사를 마친 뒤 내부 설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세아는 SST 공장에서 '초내열합금'을 생산할 예정이다. 초내열합금은 고열·고압력 상황에서 쉽게 손상되지 않도록 만든 소재다. 세아는 1600℃의 고온에서도 금속의 성질을 유지하는 '초내열합금'을 생산한다.
초내열합금의 핵심은 '니켈(Ni)'에 있다. 니켈에 크롬·코발트·텅스텐·몰리브데넘·티타늄 등 여러 금속을 섞어 고온에서도 쉽게 변형되거나 부식되지 않도록 만든다.
스페이스X가 개발한 대형 우주선 스타십(Starship)과 재사용 발사체 팰컨9(Falcon 9)의 엔진에도 니켈 기반 초내열합금이 사용된다. 세아베스틸지주 관계자는 "초고온에서도 금속의 성질을 유지하는 특수합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온에 견디는 금속을 만드는 과정은 까다롭다. 아주 작은 불순물이나 내부 결함도 극한 환경에서는 부품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속을 진공 상태에서 녹여 불순물 유입을 억제하고, 합금 성분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한국재료연구원에 따르면 초내열합금은 고온에서도 강도 저하를 최소화하면서 산화와 부식을 억제할 수 있어 항공기 엔진과 발전용 가스터빈 등에 활용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제조용 금속 소재인 철강, 알루미늄, 티타늄 등이 고온으로 갈수록 기계적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것과 달리, 초내열합금은 극한 조건에서도 물성 안정성이 유지돼 항공·에너지·우주 산업 전반에서 대체가 어려운 전략 소재로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우주·항공 산업에서는 현재 소재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다. 우주·항공 소재 대표 기업인 카펜터테크놀로지와 ATI머티리얼즈의 '리드 타임'(주문 후 인도까지 시간)은 50주(약 1년)에 이른다. 일부 품목의 리드 타임은 100주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ST는 상업 가동 시 연산 6000톤의 특수합금 생산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일반적인 탄소강 시장에서 6000톤은 미미한 물량이지만, 항공우주용 특수 합금은 톤당 3000만~1억원 이상을 호가한다. 연 6000톤의 생산능력은 매출액 기준으로 최소 2000억원, 최고 6000억원 이상 규모의 가치가 있는 셈이다.
권지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세아는 계열사인 세아항공 방산소재, 세아창원특수강을 통해서도 글로벌 항공·방산시장에서 신뢰성을 입증받았다"면서 "우주·항공 분야의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면 고성능 특수금속 소재 사업의 중장기 성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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