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상 LIG 회장이 세계 최대 방위산업 시장인 미국 진출을 위해 미국 내 네트워킹과 로비 활동에 공을 들이고 있다. 주력 계열사 LIG넥스원은 현재 지대함(地對艦·지상에서 수면의 함선으로 향하는) 유도무기 비궁(Poniard)의 미국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구 회장은 그간 미국 비자 발급 제약으로 미국 방문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한미동맹 행사에 참석했다. 최근 LIG넥스원은 미국 로비스트를 고용하며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관계 쌓기에도 나섰다.

구본상 LIG 회장이 3월 21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메이플라워호텔에서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KWVMF·Korean War Veterans Memorial Foundation) 주관으로 열린 ‘제1회 한국전 참전용사 후원의 밤’ 행사에서 한미동맹에 기여한 공로로 감사패를 받았다. /LIG 제공

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달 21일 미국 워싱턴 DC의 한 호텔에서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KWVMF·Korean War Veterans Memorial Foundation) 주관으로 열린 ‘제1회 한국전 참전용사 후원의 밤’ 행사에서 지속적인 후원을 통해 한미동맹에 기여한 공로로 감사패를 받았다. LIG는 1995년 재단 설립 후 처음으로 열린 연례 후원의 밤 행사의 대표 후원사로 참여했다.

구 회장은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 등 KWVMF 이사회 멤버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엔 인도·태평양 사령관을 지낸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 대사를 비롯해 미국 내 지한파(知韓派)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트럼프 1기 때 주한 미국 대사를 지낸 후 지난해부터 워싱턴 DC의 국방·안보 분야 자문사 비컨글로벌스트래티지스(Beacon Global Strategies)에서 수석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구 회장의 미국 공개 방문은 지난해 2월 설 명절 특별사면 복권 후 처음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LIG넥스원 부회장이던 2012년 LIG건설의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 받아 2016년 만기 출소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5년간 취업이 제한된 후 2021년 미등기 경영임원으로 LIG넥스원 경영에 복귀했다. 구 회장은 미국 비자 발급 문제로 미국 출장이 어려웠으나 지난해 복권으로 미국 방문이 가능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방 상원 로비활동공개법(Lobbying Disclosure Act) 보고에 따르면, LIG넥스원은 지난 1월 미국 로펌 넬슨멀린스(Nelson Mullins Riley & Scarborough)와 로비활동 계약을 맺었다. /LDA 웹사이트

구 회장은 미국 수출을 따내기 위해 로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미국 연방 상원 로비활동공개법(Lobbying Disclosure Act) 보고에 따르면, LIG넥스원은 지난 1월 미국 로펌 넬슨멀린스(Nelson Mullins Riley & Scarborough)와 로비활동 계약을 맺었다. 전담 로비스트로 코니 마이어스, 크리스토퍼 쿠싱이 이름을 올렸다. 로비활동 분야는 예산과 국방으로 표기됐다.

LIG넥스원은 유도 로켓 비궁의 미국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계약이 성사되면 국내 자체 개발 무기체계 중 첫 미국 수출 기록을 세우게 된다. 비궁은 2019년 미국 국방부의 해외비교시험(FCT·Foreign Comparative Testing) 무기체계로 지정된 후 지난해 7월 하와이 해역에서 실시한 최종 시험 발사까지 100% 명중률을 기록했다. FCT는 미국이 동맹국 방산기업의 무기체계를 도입하기 전 평가하는 과정이다.

미국 측으로부터 성능을 인정받으면서 수출 계약이 임박했다는 기대가 컸으나,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수출 지연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무기체계 도입에 회의적 입장을 보일 경우 예산 편성이나 의회 승인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감안해 직접 대미 활동을 늘리며 트럼프 정부와 접점을 늘리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