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유럽 시장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현지 공장 설비를 전환하고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역내 최대 규모 기업 노스볼트(Northvolt)를 필두로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했으나, 노스볼트가 파산을 신청하며 한국, 중국 등으로부터 배터리를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 기업은 선제적 투자를 통해 현지에 대량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스웨덴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는 최근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필수적인 재정 조건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자국에서 파산을 신청했다. 노스볼트는 지난 2016년 설립돼 중국과 한국의 배터리 회사를 견제할 수 있는 대항마로 떠올랐다. 그간 유럽 각국과 전기차 업체로부터 조달한 자본 규모만 100억달러(약 14조7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브로츠와프시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 공장. / LG에너지솔루션 제공

노스볼트는 스웨덴에 첫 번째 기가팩토리를 건설했고 지난해 독일에 두 번째 공장을 착공했으나, 저조한 수율(정상품의 비율)을 기록하는 등 후발 주자로서 업계의 진입장벽을 넘지 못했다. 노스볼트 측은 “한정된 시간, 재정 등의 영향으로 회사의 미래를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며 파산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노스볼트의 파산 등을 계기로 유럽 내에서 한국 업체가 생산하는 배터리의 수요는 더 높아지고 있다. BMW는 노스볼트와 지난 2020년 체결한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지난해 취소하고 삼성SDI(006400)에 해당 물량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배터리 기업은 유럽 시장에 일찌감치 투자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폴란드 보르츠와프에 연간 생산능력 86기가와트(GWh) 규모의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 지역에 2개의 공장이 있는데, 생산능력은 약 30~40GWh로 알려졌다. SK온 역시 헝가리 코마롬에 1공장(7.5GWh)과 2공장(10GWh)을 두고 있고, 지난해 이반차 지역에도 3공장(30GWh) 건설을 마치며 총 46.5GWh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최근 유럽연합(EU)이 발표한 자동차 부문 산업 행동계획(Action Plan)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해당 계획은 유럽 내 전기차 충전소 확충, 배터리 시설 투자 확대 등 전기차 인프라(기반시설)를 확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2월 유럽 내 순수 전기차(BEV·Battery Electric Vehicle) 판매량은 총 25만5489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4% 늘었다.

삼성SDI 헝가리 법인. / 삼성SDI 제공

국내 업체들은 공장 생산 라인을 전환하고 증설을 추진하는 등 유럽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사업 다변화를 위해 보로츠와프 공장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에너지 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 배터리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폴란드 국영전력공사 PGE와 1GWh 규모의 에너지 저장장치(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는데, 보로츠와프 공장에서 전량을 생산해 납품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최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헝가리 공장 증설에 6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종성 삼성SDI 부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유럽·아시아 주요 완성차업체로부터 프리미엄 각형 배터리를 수주했으며, 46파이(지름 46㎜의 원통형 배터리)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프로젝트도 적극 추진해 수주 확정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