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울산 남구 미포국가산업단지 내 SK가스(018670) 울산GPS(Gas Power Solution). 안전모와 안전화를 착용하고 내부로 들어서니 혈관처럼 구불구불 복잡하게 연결된 배관들이 끊임없이 눈앞에 펼쳐졌다. 노랑, 연록, 은빛 등 형형색색의 도료가 칠해진 구조물은 햇볕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상업 가동을 시작한 이곳은 액화석유가스(LPG·Liquiefied Petroleum Gas)와 액화천연가스(LNG·Liquified Natural Gas)를 모두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LNG·LPG 겸용 가스복합발전소다. 연간 발전 용량은 1.2기가와트(GW)로 원전 1기와 맞먹는데, 280만가구(가구당 월 250㎾h 이용 기준)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들 수 있다. 조승호 울산GPS 대표는 “LNG와 LPG 가격을 비교해 더 저렴한 연료로 발전기를 돌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런 구조를 갖춘 GW급 대형 발전소는 울산GPS가 세계 최초”라고 말했다.
울산GPS는 지난 2022년 3월에 착공해 작년 4월 준공됐다. 면적은 15만245㎡(약 4만5000평), 총투자규모는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지분구조는 SK가스 99.48%, 한국산업은행 0.52%다. SK가스는 1985년 창립 이후 LPG 수입·저장·트레이딩 등을 주력으로 영위해 왔으나, 사업 다각화를 위해 LNG 분야에 진출했다.
울산GPS는 2개의 가스터빈과 1개의 스팀터빈을 갖추고 있다. 투입된 LNG 또는 LPG는 압축된 공기와 혼합된 뒤 연소하면서 고온·고압의 배기가스로 변환되고, 가스터빈을 회전시켜 전기를 만든다. 가스터빈을 지난 배기가스는 다시 배열회수보일러를 통해 물을 끓이는 데 사용되고, 여기서 발생한 수증기가 스팀터빈을 통과하며 한 번 더 전기를 만든다.
조 대표는 “이곳의 터빈은 독일의 지멘스(Siemens)와 협업해 특수 설계한 최신 설비로, 국내 다른 가스발전소보다 발전 효율을 2~3% 높이면서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였다”고 말했다.
SK가스의 LNG 사업은 터미널(인수기지·Terminal) 분야로도 뻗어있다. SK가스는 한국석유공사와 합작해 울산GPS에서 약 5㎞ 떨어진 울산 북항에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Korea Energy Terminal)을 세웠다. KET는 울산 지역 최초의 LNG 터미널이자, LNG와 원유를 동시에 저장하는 복합에너지터미널로 만들어졌다.
울산GPS에서 차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KET에서는 3번 LNG탱크 건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지름 90.6m, 높이 54.7m에 달하는 거대한 탱크는 마치 거대한 돔 경기장을 연상케 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현관 KET 건설관리팀장은 “장충체육관보다 돔 직경이 약 10m, 높이가 약 30m 길다. 부피는 3배가량 클 것”이라며 “내년 4월 3번 탱크가 준공되면 KET의 LNG 저장 규모는 현재 4억3000만리터(L)에서 6억4500만L까지 늘어난다”고 말했다. KET는 2034년까지 LNG 탱크를 6기로 늘려 국내 수요 가운데 13.7%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KET는 부두에 접안한 LNG운반선에서 영하 162℃ 액체 상태의 LNG를 하역해 탱크로 옮겨 저장한다. 이후 필요시 바닷물을 통해 기화시켜 파이프를 통해 울산GPS를 비롯한 인근 수요처에 공급한다. 울산GPS가 위치한 미포국가산업단지는 대한민국 1호 국가산단으로, 대한민국 근대화의 상징으로 꼽힌다.
이곳에는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엔무브, 효성(004800), 현대자동차(현대차(005380)), HD현대중공업(329180), 롯데케미칼(011170), 고려아연(010130), S-Oil(010950) 등 다양한 산업군의 대표 기업이 입주해 있다. KET는 LNG 벙커링(선박 연료공급), LNG 냉열 공급 등 신사업 확장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내 LNG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LNG 가격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병석 SK가스 사장은 “과거 LPG 시장은 중동이 90%를 점유했지만, 지금은 미국 생산량이 중동을 추월했다. LNG도 비슷한 흐름으로 갈 것”이라며 “미국과의 거래는 피할 수 없는 시장의 변화다. 결국 미국산 LNG 도입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올해는 회사가 LNG 및 발전 사업을 본격화한 첫해인 만큼 지난 40년간 LPG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예정”이라며 “향후 LNG 벙커링, 수소, 암모니아, 해외 에너지 저장 장치(ESS) 사업까지 연계해 ‘넷 제로(Net Zero·탄소중립) 설루션 프로바이더’가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