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에어로)가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기 전 한화오션(042660) 지분 7.3%를 사느라 1조3000억원을 쓴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3자녀의 승계 작업을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화에어로에 한화오션 지분을 판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는 사실상 김동관·김동원·김동선 등 3형제의 회사다. 한화에어로는 3형제 회사가 가진 한화오션 지분을 사느라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거의 소진했고, 신규 투자자금은 주주에게 요청하는 모양새가 됐다.

한상윤 한화에어로 IR담당 전무는 지난 25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화오션 지분을 1조3000억원에 매입한지 일주일 만에 3조6000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과 관련해 “성장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는 지난 2월 한화오션 지분 매입 계획을 밝히면서 추가 자본 조달은 없을 것이라 말했지만, 이번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면서 말을 바꿨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래픽=손민균

한화오션 지분을 한화에어로에 넘기고 1조3000억원을 확보한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는 3형제 승계를 위한 핵심 회사로 꼽힌다. 3형제는 ‘한화에너지→㈜한화→한화 계열사’ 구조로 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50%), 김동원 한화생명(088350) 사장(25%)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25%)이 전체 지분을 갖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임팩트 지분도 52%를 갖고 있다.

현재 한화에너지는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를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한화오션 지분을 한화에어로에 넘긴 것으로 본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거액을 확보한 한화에너지가 향후 유망한 기업을 인수·합병(M&A)하거나 설비투자(capex)에 쓴다고 발표하면 시장에서 매겨지는 몸값이 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업계에서는 3형제가 ㈜한화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향후 한화에너지와 합병할 것으로 본다.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는 높고, ㈜한화 가치는 낮아야 ㈜한화 지분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3형제는 한화에너지 IPO로 확보한 자금을 ㈜한화 지분을 높이는 데 쓸 수도 있다.

최종 승계 작업은 ㈜한화의 인적분할로 정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적분할은 분할된 회사의 주주가 신설회사의 주식을 비례해 배정받는 방식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방산·조선·에너지 부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보험사와 증권사 등 금융 계열사,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유통·로봇·반도체 장비 관련 계열사를 맡는 구도가 유력하다. 이후 서로 보유한 다른 형제의 지분을 교환하면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비슷한 방식으로 승계 작업을 마무리한 곳이 효성(004800)그룹이다. 지난해 6월 효성그룹은 인적분할을 통해 기존 지주사인 ㈜효성과 새로운 지주사인 ㈜HS효성(487570)으로 나눴다. 기존 ㈜효성은 장남인 조현준 회장이, 신설 지주사인 ㈜HS효성은 조현상 부회장이 맡는 방식으로 승계를 정리했다. 계열을 분리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차단하고,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그룹은 3형제 승계가 어느 정도 진행돼 한화에너지와 ㈜한화를 합병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한화에너지가 한화오션 지분을 매각한 건 투자회사로서 좋은 성과를 낸 것이며,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IPO를 진행하게 됐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합병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