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치 수주잔고를 쌓아둔 국내 조선사들이 해외 외주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조선소의 독(dock·물을 채우고 뺄 수 있게 만든 선박 건조 작업장)이 꽉 차 있어 새로 수주하는 선박 중 일부 물량을 외국에서 건조하려는 것이다.

조선업 호황이 몇 년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 속에 국내 조선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선박은 한국에서 만들고 건조 기술력이 평준화된 선종은 해외 협력사로 넘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한화오션 거제 조선소 전경. /한화오션 제공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042660)은 지난달 인도 정부 측 요청으로 인도를 방문해 약 열흘간 스완중공업 산하 조선소, 코친조선소, 힌두스탄조선소, L&T조선소 등을 둘러봤다. 앞서 인도 정부는 주요 조선소 관계자들과 대표단을 꾸려 지난해 말 한국을 방문해 한국 조선사에 선박 건조·수리 분야 협력을 요청했다. 당시 인도 대표단은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329180), 삼성중공업 조선소를 모두 둘러봤다.

한화오션은 올해도 상선 부문에서 3년치 수주잔량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운반선 19척, 컨테이너선 6 척, 탱커 8척, 액화석유가스(LPG·Liquefied Petroleum Gas) 운반선 5척 등 상선 부문에서만 40척 가까이 수주했다. 올해는 상선 부문 수주액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트럼프 정부가 LNG 수출 확대를 추진하면서 LNG 운반선 발주 증가가 예상되는 데다, 미국의 중국 제재 강화로 컨테이너선 발주도 한국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한화오션 거제조선소 슬롯(선박 건조 공간)은 꽉 찬 상태다. 이 때문에 인도 조선소에 일부 물량을 넘겨 제작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변수는 인도의 조선업 기술력이다. 현재 인도 조선소는 중소형 선박 위주로 건조하고 대형 선박은 직접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인도 대표단이 한국을 직접 찾아 조선업 협력을 요청한 것도 궁극적으로 한국 조선소의 기술 이전과 전수를 기대하는 측면이 크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은 일부 건조 물량을 중국으로 보낸 상태다. 지난해 10월 말 아프리카 선주가 발주한 4593억원 규모 수에즈막스급(수에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 선박) 유조선(탱커) 4척의 건조를 중국 저우산조선소에 맡겼다. 저우산조선소가 현지 시설과 인력을 이용해 배를 만들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현재 3년치 이상의 수주잔고를 갖고 있다. 올해 연간 수주 목표액 98억달러(약 14조1400억원) 중 조선 부문 수주 목표를 58억달러로 잡았다. 수익성 높은 선종 위주로 수주하되, 유조선이나 컨테이너선은 하청을 확대하는 방안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해양 방산을 하지 않아 중국 활용이 가능하지만, 한화오션이나 HD현대는 미국 군함 건조까지 고려하고 있어 중국 대신 인도를 활용하려는 행보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