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000670)·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010130)이 영풍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영풍정밀(036560)을 통해 영풍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영풍 지분 52.65%를 장형진 고문 가족 등 장씨 일가가 보유하고 있어 외부 추천 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하기 힘든 구조를 해소하려는 취지다.
영풍정밀은 5일 “다음 달 열리는 영풍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를 비롯해 현물 배당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을 의안으로 상정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영풍정밀은 이런 내용의 ‘정기주총 안건 상정을 위한 주주제안의 건’ 서한을 영풍 측에 전달했고, 오는 11일까지 수용 여부를 회신해 달라고 요청했다. 회신이 없으면,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 등 주주로서 필요한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부연했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등 최씨 일가가 지배하는 고려아연 계열사다. 최씨 일가는 영풍 총발행 주식의 3.59%(6만6175주)를 보유하고 있다. 영풍정밀은 장씨 일가가 영풍 지분 과반을 갖고 있어 이사 추천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집중투표제를 도입해 소수 주주 등이 추천하는 이사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켜 영풍 경영을 견제하겠다는 구상이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당 이사 선임 안건 수에 맞춰 1주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를 뜻한다. 예를 들어 3명의 이사를 선임하면 주식 1주당 3개의 의결권이 부여된다.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 몰아줄 수도 있어 대주주보다 소수주주에 유리한 제도로 평가받는다.
집중투표제는 지난달 고려아연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영풍·MBK를 견제하기 위해 꺼낸 카드이기도 하다. 법원이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 의결 시에도 다음부터 이를 도입하도록 제한하면서 실제 도입은 다음 주총으로 미뤄졌다.
이어 영풍정밀은 영풍의 적자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주주에 대한 이익배당을 금전과 주식 외에도 다른 재산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 영풍의 경영 합리화를 위해 이사회에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선임하라고도 촉구했다.
영풍정밀 측은 “그동안 문제가 됐던 충당부채 과소 산정 여부, 석포제련소 2개월 조업정지에 따른 예상 손실 규모 및 대책, 사모펀드 MBK와의 경영협력계약의 구체적 내용 등에 대한 면밀한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영풍은 2021년 별도 기준으로 7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22년 1080억원, 2023년 1420억원 등 매년 적자 폭을 키우고 있다. 영풍 측은 이번 주주제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검토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