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밤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298690) 항공기 화재 사고의 원인을 놓고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좌석 위 선반 내부에서 불이 났다는 탑승객 진술을 토대로 보조 배터리 등 휴대용 전자기기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전기 합선 등의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토교통부는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의 원인과 관련해 30일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발화 원인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국토부는 29일 새벽 0시 30분부터 오전 11시 30분까지 관계기관 합동 대테러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항공기 내 반입이 금지된 위해 물품 등 테러와 관련된 용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고기 양측 날개와 엔진은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도 밝혔다.
홍콩행 에어부산 BX391편 항공기는 28일 밤 10시 15분쯤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중 화재 사고가 났다. 당초 밤 9시 55분 출발 예정이었으나 지연됐다. 탑승객 일부는 기내 수하물을 올려두는 선반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나며 연기가 나기 시작한 뒤 불이 났다고 진술했다. YTN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좌석 위 선반 덮개 안쪽에서 붉은 화염이 일고 있다.
에어부산 측은 29일 낸 입장문에서 “손님 탑승 완료 후 항공기 출발 전 기내 후미 부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최초 목격 승무원에 따르면 후방 좌측 선반에서 발화가 목격됐다는 게 에어부산 측 설명이다.
짐칸 속 어떤 물체에서 화재가 시작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보조 배터리를 발화 물체로 지목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3년 국적기 기내 보조 배터리 화재 건수는 6건에 달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조 배터리가 많이 언급되고 있는데 심증적으로 그렇게 생각할 순 있지만 섣부른 추정”이라고 했다.
에어부산 측은 기내 반입 물품에서 화재가 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관련 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부산은 현재 개인 사용 목적의 보조 배터리는 리튬메탈배터리의 리튬 함량이 2g 이하이거나 리튬이온배터리가 100wh 이하인 경우 기내 휴대를 허용하고 있다.
기내 전기 합선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 현직 기장은 소셜미디어에 “항공기 보조 동력장치(APU)에서 불이 시작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선반 안에 있던 보조 배터리나 전자담배 훈증기 같은 수하물에서 불이 났거나 화장실 내 흡연, 기내 상부 전기 합선 등으로 화재 원인이 좁혀진다”는 글을 올렸다. 전기 합선이 발화 원인일 경우 기체 결함이나 정비 문제일 수도 있다.
국토부 등 조사 당국은 30일 사고기가 감식이 가능한 상태인지 확인하기 위해 사전 회의와 현장 조사를 했다. 사고 항공기(에어버스 A321-200)는 동체 윗부분이 타버려 속이 들여다보이는 상태다. 양쪽 날개에는 약 3만5900파운드의 항공유가 실려 있어 당국은 감식 과정에서 추가 화재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