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40㎞ 상공에서 적군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L-SAM(Long-range Surface-to-Air Missile·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보다 최대 4배 넓은 범위를 방어하는 L-SAMⅡ 체계를 개발해 다층 방공망 수출을 노린다.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M-SAM)Ⅱ와 L-SAM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상황에서 L-SAMⅡ까지 개발되면 다층 방공 체계의 ‘패키지 딜(package deal)’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군 당국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지난 14일 L-SAMⅡ 체계 개발사업 착수회의를 열었다. L-SAMⅡ 체계 개발은 L-SAM 개발과 같은 구조로 이뤄진다. L-SAM은 LIG넥스원(079550)이 체계종합,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유도탄 체계 개발과 요격 미사일의 개발·제조, 한화시스템(272210)이 다기능 레이더(MFR·Multifunctional Phased Array RADAR)를 담당했다. L-SAMⅡ 체계 개발에는 2028년까지 약 5677억원이 투입되며 이들을 포함해 총 19개 업체가 참여한다.
L-SAMⅡ는 60~150㎞ 상공에서 적군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할 능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군은 미국의 사드(40~150㎞)와 패트리엇(15~40㎞), 국산 무기체계인 천궁-Ⅱ(15~30㎞)로 구축된 한미 연합 방공망을 운용하고 있다. L-SAMⅡ까지 더해지면 북한의 미사일을 상층과 하층에서 다층적으로 요격하게 된다.
일부 중동 국가는 천궁Ⅱ와 L-SAM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동의 한 국가는 지난 2023년 L-SAM에 대한 정보요청서를 국내 방산업체에 보냈다고 한다. 정보요청서는 무기체계의 기본 정보를 알려달라는 공식 문서로, 방산물자 구매의 첫 절차다. 작년에도 다른 중동 국가가 정보요청서를 보냈다.
현재까진 이들 국가와 L-SAM 구매에 관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문의는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전 세계 무기 수요가 늘면서 생산 일정이 빠듯한 상황”이라며 “중동 정세 불안으로 높은 고도에서 미사일을 방어하려는 나라가 늘면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L-SAMⅡ 개발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한국형 다층 방공망에 대한 다른 나라의 관심은 더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천궁Ⅱ와 L-SAM의 시스템 통합 운용이 가능한 데다 다층 방어체계를 독자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미국, 이스라엘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L-SAM은 국산화율이 가장 높은 무기체계여서 수출이 자유롭다.
정부 관계자는 “천궁, L-SAM, L-SAMⅡ까지 이어지는 한국산 다층 방공망 전체에 대한 수출은 그간 단일 무기체계 위주로 수출해 왔던 한국 방산이 한 단계 성장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