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제철소 건설을 검토 중인 현대제철(004020)이 국내 사업장 파업 리스크(위험 요인)를 안게 됐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9월부터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시작했으나 노사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해를 넘긴 상황인데, 노동조합 측은 총파업을 검토하고 있다.

1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조는 이달 16일 18차 교섭 전까지 사측으로부터 수용 가능한 교섭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다음 교섭이 결렬될 경우 노조는 20일부터 일부 파업을 시작으로 내달 11일 양재동 총파업을 단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이 밖에도 서울 용산구 한남동과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 앞에서도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현대제철 제공

지난해 임단협을 둘러싼 현대제철의 노사 갈등은 지난 9일 노조 측이 사측의 제시안에 반발하면서 격화하고 있다. 당시 사측은 임금 인상 10만원과 2024년·2025년 단체교섭 성과금을 통합해 2025년 단체교섭에서 논의한 뒤 지급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현대제철은 2023년 성과급을 아직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 제시안은 2023~2025년 성과금을 올해 경영성과를 보고 단체교섭에서 논의해 한번에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이에 대해 “조합원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반발한다.

노조 측은 기본금 15만98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차량 지원금 할인 개선 등 현대차(005380) 수준의 인상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노조는 임단협 논의가 장기화하면서 지난해 조합원 투표를 통해 파업권을 확보해 둔 상태다. 올해도 노조가 파업을 선언하면 현대제철 노조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세 차례 연속 파업을 선언하게 된다.

앞서 현대제철은 임단협과 함께 포항2공장 가동 축소와 관련해서도 노조와 갈등을 빚었다. 현대제철은 포항2공장 가동을 중단한다는 지침을 내렸다가, 노조의 반발이 거세자 한 달여 만에 이를 취소하고 일부만 가동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압연은 설비 가동이 중단되고, 제강만 일부 가동하기로 했다.

현대제철은 약 10조원(70억달러)을 투자해 미국에 제철소를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지 현대차·기아(000270) 공장에 공급하기 위한 자동차용 강판 등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지금은 당진 등 국내 사업장에서 만들고 있다. 미국 투자가 확정되면 국내 사업장 축소가 불가피해 갈등의 요소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제철 노조 관계자는 “16일 교섭이 예정돼 있으나 사측으로부터 제시안이 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파업에 대해선 사측 제시안이 와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투자는 결정된 사항이 없어 아직까지는 별도의 논의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