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화학업체인 LG화학(051910)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중국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로 공급이 늘고 전 세계 수요 침체로 석유화학 산업의 불황이 길어지고 있는 탓이다.

15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0일 LG화학 신용등급을 AA+를 유지하면서 등급 전망은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9일 LG화학에 대해 신용등급 AA+를 제시하고, 등급 전망은 ‘안정적’을 유지했다. 보통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이 등급 전망을 낮추면 다른 곳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LG화학 여수 공장/LG화학 제공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회사채를 발행할 때 이자비용이 늘어 재무 부담이 커진다. 시장금리에 등급 전망 조정이 바로 반영되기도 한다. 이달 LG화학은 3000억원 조달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인데, 이번 등급전망 조정으로 이자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다만 등급이 AA+에서 AA로 떨어지더라도 원리금 지급 능력은 우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은 든든한 수익창출원이었다. 지난 2021년 전체 영업이익 5조원 중 석유화학 부문에서 벌어들인 것만 4조원이 넘었다. 그러나 2022년에는 1조원으로 축소됐고, 2023년에는 1435억원 영업손실로 돌아섰다. 작년에는 9월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371억원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LG화학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49조3283억원, 영업이익은 1조1504억원으로 추산됐다. 직전연도와 비교하면 각각 10.7%, 37.8% 줄어든 수치다.

전지 부문 투자로 차입 부담이 커지는 와중에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이익이 둔화하는 점도 우려 요소다. LG화학의 순차입금은 2020년 말 6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9조3000억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은 2023년 2조20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6000억원으로 예상된다.

LG화학 외 다른 석유화학 회사들도 줄줄이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 지난해 롯데케미칼(011170)의 영업손실은 7516억원으로 추산된다. 한화솔루션(009830)도 4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합성고무로 수익성을 확보한 금호석유(011780)만 3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