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이 제주항공(089590) 여객기 사고로 내려진 활주로 폐쇄 조치가 길어지면서 올해도 적자가 예상된다. 무안공항은 지난 2023년 국내 공항 가운데 가장 큰 적자 규모를 기록한 바 있다. 공항은 이용객 수에 따라 수입이 생기는데 무안공항의 최대 고객사인 제주항공은 사고로 동계 항공편 감축에 나섰다.
14일 국토교통부와 항공 업계 등에 따르면 무안공항의 활주로 폐쇄는 이달 19일 오전 5시까지 연장됐다. 작년 12월 29일 사고 이후 3주간 공항 운영이 정지되는 것이다. 사고 희생자 179명의 시신이 모두 가족에게 인도돼 장례가 치러졌지만, 사고 현장 조사는 아직 끝나지 않은 데다 이달 18일 합동 추모제가 열리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국토부는 무안공항 운영 재개를 위한 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사고 현장 조사가 끝나도 공항 운영 재개를 위해서는 공항 시설 복구와 안전점검 등이 선행돼야 한다. 사고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는 로컬라이저(방위각시설) 복구에만 수개월이 예상돼 무안공항이 사고 전과 동일하게 운영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무안공항은 지난 2023년 매출액 50억원, 영업손실 253억원을 기록하면서 국내 공항 15개 가운데 가장 큰 적자 규모를 기록했다. 무안공항 인근의 광주공항과 비교하면 매출액(97억원)은 절반 수준이고 적자 규모(86억원)는 3배에 가깝다.
무안공항 적자의 가장 큰 이유는 낮은 활주로 이용률이다. 2023년 무안공항의 활주로 이용률은 1.1%로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민간 공항 가운데 가장 낮다. 제주국제공항이 88.4%로 가장 높고, 김해국제공항(54.1%), 김포국제공항(53.8%), 청주국제공항(16%), 대구국제공항(14.4%) 순이다. 활주로 이용률은 활주로의 연간 처리 능력 대비 실제 민항기 사용 비율을 말한다.
무안공항 인근의 광주공항은 활주로 이용률이 9.4%이고 여수(8%)·울산(5.3%)·양앙(3.3%)도 이용률이 낮지만, 무안공항보다는 높다. 군공항 이용률도 군산공항(0.8%)을 제외하면 포항·경주공항(1.5%), 원주공항(1.2%), 사천공항(1.1%) 등 무안공항과 같거나 높은 수준이다.
무안공항은 공항 이용객과 항공사로부터 사용료를 받는다. 승객 1명당 지방 국제공항 사용료 1만2000원을 받고, 환승객에게는 1만원을 받는다. 무안공항은 작년에 1·2월 여객 수가 10만623명으로 전체 여객의 25%를 차지했는데, 사고 여파로 올해 1·2월은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
올해 항공사로부터 얻는 공항수익도 줄어들 전망이다. 무안공항에는 진에어(272450)와 제주항공 등이 취항해 있다. 이들은 사고 직전 일주일간 32편의 국제선 여객편을 운항했다. 대부분 B737-800기종으로 편당 착륙료 31만9000원, 조명료 4만3000원, 정류료 7만7000원 등을 받았다. 1~2월 공항이 정상 운영되지 못하면 수억원의 수익이 줄게 된다.
무안공항의 경영 차질이 장기화하면 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와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전남도청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무안공항은 지난 10년간 한 차례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이에 따른 누적 영업손실만 1817억원에 달한다.
국내 14개 공항을 운영·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는 흑자를 보는 김포·김해·제주공항의 수입으로 다른 공항의 적자를 메우며 운영하고 있다. 공사는 코로나 이전에는 흑자를 기록하다 2020년 이후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23년에는 매출액 8502억원, 영업손실 521억원을 기록했다.
도내 공항 운영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지출하는 전남도청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전남도는 지난해 무안공항 취항 항공사 재정지원을 위해 12억원을 썼다. 이 밖에도 공항 활성화 추진을 위해 6억원, 무안공항시외버스 운영에 3억원 등 총 21억원의 예산을 지출했다.